하루가 긴 줄 알았는데 (10)

해바라기

by 요마


지난 블로그에도 언급했지만 쉬는 동안 긴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 9월부터 동네 평생교육원에서 시창작 클래스를 신청해서 다니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갖은 사람들이 각자 독특한 목소리로 만든 창작 시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고, 한창 변덕이는 호르몬 때문에 남 생각 안 하고 마구 써 내려갔던 거친 내 시를 다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연습도 하며 유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주 시 한 편을 써야 하는 괴로움? 은 있지만 주기적으로 시를 쓰는 즐거움도 맛보는 중이다.

시 창작 반에는 정말 다채로운 직업, 30대부터 70대까지의 광범위한 나이대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다들 일상에서 마주치는 감정을 잘 찾아내 시로 써 내려간다. 나는 너무 평범하고 단조롭고 아무 일 없이 혼자 지내는 일상인지라 내가 쓰는 시는 거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그림을 보면서 얻은 영감에서 소재를 꾸역꾸역 끄집어낸다.


지난주엔 무엇을 써야 하나 고심고심하다 읽던 책 (마법: 선과 악의 두 얼굴)에서 본 해바라기 신화를 모티브로 시를 썼다. 해바라기 신화는 워낙 유명해서 다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시창작 수업에 갔더니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해바라기 이야기는 조금씩 다른 인물이나 다른 이름으로 나와있는데, 간략하게 말하자면,

물의 요정인 클리티아(클리티에)가 태양의 신 헬리오스를 짝사랑합니다. 자신을 사랑해 주길 기다렸는데 야속한 헬리오스는 페르시아 공주 레오코테아 (혹은 클리티아의 언니라고 나오기도 함)를 사랑합니다. 질투에 눈이 먼 클리티아는 공주의 아버지 (왕) 에게 레오코테아가 헬리오스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고 일러버립니다. 왕은 화가 나서 딸 레오코테아를 생매장해버립니다. 클리티에는 레오코테아가 없어졌으니 헬리오스가 자신을 사랑할 거라 생각했지만 어리석은 생각이었지요. 헬리오스는 눈길 한번 주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 헬리오스가 전차를 끌고 왔다 갔다 하는 하늘을 쳐다보다 클리티에의 몸은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얼굴은 노란 꽃으로 변해 사랑하는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되었다는 슬픈 신화.

그래서 해바라기의 꽃말은 일편단심, 숭배, 애모이다. 일편단심이란 단어가 참 좋은데, 평생 이런 사랑이 있을 것이라 믿고 살고 싶지만, 이미 예전부터 믿지 않았던 나, 그래서 돌아보면 내 청춘은 참 삭막했다 ㅠㅠ.

아무튼 그렇게 쓴 숙제를 제시간에 제출은 했지만, 지금이라도 해바라기가 될 정도로 열망하는 대상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멤돈다.

해바라기 시를 쓰며 같이 그린 그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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