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이라는 변수
앞날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모른다.
그 불예측성이 삶을 흥미롭게 만들 때도 있지만, 이번 주의 나는 그 반대였다.
수영장에서 한쪽 귀에 물이 들어간 것이 트리거가 되어 한쪽 얼굴에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두려움이 쌓여 새벽부터 아는 의사에게 전화를 걸고, 곧바로 병원에 가 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이다.
회복까지는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아흑.
한쪽 얼굴에 마비가 오기까지, 전조 증상에 따라 이비인후과와 내과를 거쳐 재활의학과에서 최종 진단과 필요한 약을 받았다. 이비인후과에서는 귀 상태는 정상이지만 통증이 있다며 대상포진을 의심했다. 다만 전문 분야가 아니라 약 처방은 어렵다며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태도가 유난히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예전에도 한 번 진료 후 기분이 상해 일부러 기억해 두고 피하려 했던 의사였는데, 하필 그날 선택한 진료실에 그 의사가 있었다(이름을 외워 두었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확인하고 선택필수!).
그 후에도 은근한 통증이 계속돼 신경과를 가려 했지만, 하필 오후 진료가 없어 내과로 향했다.
막 필드에 나온 듯한 아주 젊은 의사였는데, 수포가 없다는 이유로 대상포진일 가능성을 계속 부정했다(참고로 무수포 대상포진도 있음). 결국 항바이러스제를 먹겠다고 설득해 처방을 받았고, 약을 먹은 바로 다음 날 얼굴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이후 재활의학과에서 진단을 받고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제를 포함한 약을 다시 처방받아 복용 중이다. 일찍부터 병원을 돌았지만 결국 초기진압은 실패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나와 잘 맞는 의사를 만나는 일 역시, 결국 운이다.
덕분에 우울한 기분을 잊으려고 예전에 봤던 드라마 Bones를 처음부터 다시 보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TV만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예전 몸만 생각하고 내가 암 수술 후 약을 먹고 치료중인 면역력 떨어진 환자라는 생각을 못한것 같다. 달려가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다시 내 몸을 돌아봐야 할 시간인 것 같다.
그나저나,뭐 먹을 때마다 한쪽으로 흐르는 물이며 음식, 눈이 잘 안감겨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는 중이다. 신경과 근육의 오묘함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