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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피디 Aug 03. 2022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3

택배계약 유랑기

다음 일주일동안 네이버 풀필먼트로 견적을 신청한 3PL 업체들의 견적서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들어왔다. 연초 견적을 신청했을 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아주 매력적인 가격을 준 곳도 있었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도 있었고, 처음 몇번 메일을 주고 받을 땐 적극적이다가 갑자기 더 이상의 회신을 포기하는 곳도 있었다(-_ -; 김XX부장님 그렇게 살지 마세요). 


모두가 공통적으로 창고 위치가 아주 먼 데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정말 크리티컬한 단점이었다. 


주초에 방문했던 동네 택배 대리점의 정경이 눈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기사님 및 소장님과의 전화통화 이틀후 방문한 그곳은 교외의 황무지에 자리잡고 있었다. 논과 밭과 가건물과 컨테이너 박스만 즐비한 동네였다. 네비가 시키는 대로 가니 아스팔트로 된 주도로를 벗어나 다 깨지고 함몰된 낡은 시멘트 길을 한참이나 구불구불 따라갔다. 수도권 땅값 별 거 아닌가 보다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 널찍한 컨테이너 물류창고나 보관전문 사업체들이 띄엄띄엄 늘어선 곳에, 그 택배사 땡땡대리점이 자리잡고 있었다. 간판을 보고 차를 꺾어 들어가니 시멘트로 바닥을 바른 넓은 공터가 나왔다. 공터 저편에 서너개의 거대한 철제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있었다. 


정면을 향한 컨테이너가 사무실일 것이다. 택배트럭 옆에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철제 컨테이너 안쪽에 승용차가 두 대 주차되어 있고, 그 안쪽에 다시 가건물이 있었다. 가건물 문을 열고 들어가자 뜻밖에도 고소한 쌀밥 냄새가 훅하고 코를 찔렀다. 가스렌지와 냉장고, 식탁이 눈에 들어왔다. 자잘한 살림살이들이 늘어서 있었다. 쌀포대, 박카스 박스가 벽에 기대 있었고, 개수대 옆 건조대에 설거지한 그릇들이 쌓여있다. 잘 씻겨 꽂혀있는 쇠수저들이 정다웠다. 밥냄새의 주범은 밥솥이었다. 한켠에서 한창 씩씩하게 압력추를 돌리고 있었다. 


그 부엌공간 저편에 다시 문이 있었다. 문 아래에 신발 두 켤레가 놓여있다. 조심스레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얼굴로 훅 끼쳐왔다. 조용한 공간에 키보드 타이핑 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키보드 소리가 멈췄다. 잠깐의 침묵후, 칸막이 너머에서 직원 두 사람이 눈을 들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자기소개를 하자 CJ대한통운 조끼를 입은 여자직원이 나와서 나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읭??? 또 문이 있다. 부엌문 안쪽에 사무실 문 안쪽에 또(!!!) 문이 달려있었다!


마침내, 소장실이었다. 


——


직원의 전화를 받고 잠시후 사무실로 돌아온 소장님은, 자그마하고 인상이 좋은 사람이었다. 키작고 말랐지만 몸에서는 딴딴한 느낌이 났다. 살집 없는 얼굴은 조막만하면서 새까맸고, 원래 잘 웃는 사람인지 양 볼과 눈가에 큼직한 웃음주름이 여러줄 패여 있었다. 텁수룩한 눈썹 아래 쌍거풀진 동그란 두 눈이 툭 돌출되어 있어, 뽑기기계에서 뽑아올린 장난꾸러기 개구리 인형같은 인상을 풍겼다. 


그가 내게 비타500을 건네며 벙글 웃자, 아니나 다를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던 만면의 주름들이 와르르 한 데 몰려 웃음기를 피워올렸다.  

“사모님, 반가워요.” 

동대문 시장바닥에선 아무나 다 사장님인데, 사모님 소리는 처음 들어봤다. 생경한 호칭에 움찔했지만, 뭐 상관없었다. ‘여자사장’이라는 뜻으로 고르신 단어라는 걸 얼추 알 수 있으니까. 


전화통화할 때도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듣겠다고 느꼈었는데, 사투리인지 원래 말투인지,  만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뭐라 하시는지 잘 안 들려서 계속 반은 되묻고, 반은 눈치로 어림짐작해야 했다. 대화가 되는 건지 동문서답을 하는 건지 아리송한 와중에도 건져낸 핵심을 정리해보면:


우리는 택배물량을 확보하고 싶은 거니까, 그런 3PL 업체처럼 보관이나 패킹으로 비용을 많이 청구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 부분은 최소로, 실비로만 받을게요. 사모님이 우리와 계약하시면, 우리는 지금 요 앞에 차를 주차해놓은 컨테이너 안쪽을 치우고 거기에 몬스터랙을 설치할 겁니다. 팔레트로 보관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상황에 맞춰서 정하면 되고… 좀아까 보신 여직원들이 주문을 확인하고 택배를 쌀 거예요. 우리 땡땡부장하고는 인사 나누셨죠? 맞아요 아까 저한테 손님오셨다고 전화한 사람. 그 사람이 사모님 일을 맡아 하게 될 건데… 땡땡부장! 땡땡부자아아앙! 이리 들어와 봐. 


아까 나를 소장실로 안내해준 직원이 들어왔다. 

“여기 사모님은 편의점에서 싸게는 2200원에까지 부치셨대.”

“헉… 정말 싸네요.”

“네, 쿠폰같은 거 잘 받으면 편의점 택배가 참 싸긴 싸요.” 

“땡땡부장, 우리는 얼마에 해드릴 수 있지?”

“저희는 2700원…?”

“땡땡부장 예전에 사업자로 따놓은 코드 있지 않나?”

“제 사업자로 따놓은 거 있긴 하죠.”

“그걸로는 얼마지?”

“2100원이요.”

“그거 여기 사모님 드리자.”

“제가 나중에 쇼핑몰 하게 되면 쓰려고 따놓은 건데…”

“어차피 지금 안 하잖아. 사모님 드리고, 땡땡부장 꺼는 나중에 다시 따지 뭐.”

“아니, 잠깐만요. 괜찮아요. 저때문에 개인 자산을 침탈할 순 없죠. 그렇게까진…”

“뭐, 그러면 그렇게 하죠.”


땡땡부장이라는 사람은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었는데, 택배물류업계 경력이 8년이라고 했다. 

“쇼핑몰 일도 해봤어서 잘 알아요. 깔끔하게 일해드릴게요.” 

개인적으로 따놓았다는 사업자 코드를 졸지에 뺏기게 된 불쌍한 땡땡부장님이 전혀 불쌍하지 않게 친절하게 말했고, 나는 몸둘 바를 모르겠는 심정이 되었다. 이 택배대리점의 적극적인 공세가 감사하긴 했지만, 차가 주차되어 있는 컨테이너 공간을 물류창고로 개조해서 쓴다는 계획이 그다지 미덥지가 않았던 것이다. 비나 햇빛으로부터는 안전하겠지만, 온도나 습도나 먼지로부터 제품을 보호하기에 적당한 환경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견적서들 받아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

“그럼요 그럼요. 그렇게 하셔야죠. “


인사를 하고 나왔지만, 여기에 일을 맡기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던 터였다. 

그렇게 마음에서 잘라냈던 후보인데, 견적서를 비교해보고 업체들과 연락을 이어갈수록, 그래도 그만한 곳이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져갔다. 알아볼수록 온습도 조절장치가 없는 업체가 수두룩했고, 그래, 어차피 비슷한 환경에 비슷한 조건이라면, 거리라도 가까운 곳이 나한테는 유용했다. 택배비에 관리비는 오히려 더 싸게 먹히기까지 할 터였다.


그렇게 딱 일주일동안 견적서들을 받아 비교해본 뒤, 마음을 정했다. 금요일 웍데이가 공식적으로 마감된 저녁 7시, 나는 멀리 처박아두었던 명함을 찾아내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다음주 월요일 오전에 찾아뵈어도 될까요?”

“아 네 사모님. 아침시간엔 언제라도 괜찮습니다.” 


미팅약속을 해놓고 나서, 나는 제품을 모두 꺼내 다시 수량을 조사하고, 일일이 식별 라벨을 붙이고, 박스를 조립해 차곡차곡 정리해 넣고, 전체 명세표를 만들면서 창고이사 준비에 그 주말을 꼬박 투입했다. 


to be continued...




이번 주말에 마침내 리뉴얼된 브라패드일체형 안감의 100% 코튼 노브라티셔츠가 나왔습니다. 


제품 구경하러 오세요! :)

https://smartstore.naver.com/rollingdice/products/6978762501


브래지어를 입지 않아도 티나지 않는 옷, 저희 옷은 특히 니플을 커버하는 데에만 집중합니다. 


가슴을 보정하거나 고정하거나 푸쉬업을 하면 좋을 TPO가 물론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관심을 갖는 건 여자들의 몸이 편해서 마음까지 편안할 수 있는 일상입니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가슴 하단의 밴드가 없는 옷입니다. 

이번 신제품입니다. 


일체형 안감이라 브라캡을 넣고 빼는 번거로움이 없어요. 


좋은 코튼원단을 고르는 데 엄청나게 신경을 썼어요. 

원단 탐색과 후보군 결정과 후보군간 토너먼트와 테스트에만 100시간은 쓴 거 같아요. 


무늬나 장식없는 면티이지만, 입었을 때 추레해보이지 않는 걸 최대목표로 삼았습니다. 

슬랙스에 받쳐입고 회사에 갈 수 있는 옷, 미팅에 입고 나가도 위화감 없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면 제일 중요한 게 원단이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무지의 심심함을 원단 자체의 질감과 색감으로 커버할 수 있어야 했어요.

 

동시에! 여름옷답게 충분히 얇고 가벼워야 했습니다.

게다가, 속옷을 안 입고 입어도 티나지 않는 노브라티이니만큼, 

아무 것도 비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었어요.

얇고 가볍다 <-> 비침없다 

이 두 모순되기 쉬운 기준을 모두 통과하는 원단이어야 했습니다. 

 


제가 한달간 입고 다니면서 테스트해본 결과, 

얇고 시원하고, 일상복뿐 아니라, 여행복장, 출퇴근용 비즈니스캐주얼로도 손색없습니다.

냉장고바지에 받쳐입어도 추레해보이지 않아요. 


다시 한번 링크! :)

https://smartstore.naver.com/rollingdice/products/697876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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