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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창 Dec 30. 2017

마케팅 소설, 인식의 싸움(3)

본원적 경쟁우위

슬라이드를 한 장 한 장 넘겨 갈수록 그는 점점 더 자신감이 생기고 목소리에 힘이 붙었다. 어느덧 안테나 매장에 대한 보고가 끝나고, 경쟁사 동향에 대한 설명으로 화면이 바뀌었을 때, 그의 심장의 두근거림은 여전했지만 더 이상 떨림은 없었으며, 그의 발표는 그 동안 안타까워 했던 회사의 문제점들을 확실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가득찼다.

“결국 우리회사의 문제점은 초저가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을 하고 있는 브랜드숍인 M사, M사를 벤치마크하였지만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이미지를 굳혀나가는 F사의 놀라운 시장확대, 제주도의 청정 컨셉으로 이 시장에 뛰어든 A사 등에 비해 강력하고 뚜렷한 하나의 제품 컨셉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화장품전문점 시장에서도 시장의 리더인 A사와 비슷한 전략을 실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선두업체의 막강한 신제품 출시 능력이나 광고물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선두업체와 후발업체의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이런 상황을 스턱 인 더 미들(Stuck In The Middle)이라고 했습니다. 즉, 기업이 가격우위도 아니고 제품의 차별화로 경쟁우위를 차지하지도 못하는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죠. 우리회사도 빨리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대리의 발표가 끝났을 때 한 순간 좌중은 참담하게 조용했으나, 이내 많은 박수 소리와 함께 신대리는 자리를 물러날 수가 있었다. 영업 동료들의 격려의 소리도 있었지만, 일부 마케팅 BM들의 불만에 찬 소리도 언뜻 들렸다. 하긴 그들이 그 동안 한 일에 대한 비판의 시간이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십분 이해가 되기도 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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