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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창 Dec 30. 2017

마케팅 소설, 인식의 싸움(4)

손자병법

홀로 비밀스러운 작업을 해야하게 되자, 신대리는 지난 번에 읽었던 손자병법의 군쟁(軍爭)편에 나왔던 구절이 생각났다.

‘선지우직지계자승(先知迂直之計者勝)’, 즉 가까운 길을 돌아가는 법을 먼저 아는 자가 승리를 거둔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이우위직, 이환위리(以迂爲直, 以患爲利)’란 말도 생각났다. 해석하면 돌아가는 길이 곧장 가는 길이 되어, 나의 어려움을 유리함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므로 그 길은 돌기도 하고, 미끼를 던져 적을 유인하기도 하고, 상대방보다 늦게 출발하고서도 먼저 도달하기도 하는 것이다(후인발 선인지, 後人發 先人至).

이와 더불어 병법36계에는 "암도진창(暗渡陳倉), 즉 암암리에 진창으로 건너간다’라는 말도 있다. 한(漢)의 명장 한신(韓信)이 관중을 쳐들어갈 때, 파괴된 도로를 수리하는 것처럼 하고 우회하여 진창(陳倉)을 진격하여 적의 허를 찔렀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병법서에 나오는 글귀들을 보며 신대리는 생각했다.
‘흠~ 맞아. 적에게 어리숙하게 보이거나, 조금 더 돌아감으로써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말은 단순히 적을 속이는 방법으로만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전략이야. 허허실실, 그러면서도 적극적인 대처 방안을 만들어야만 해. 세상은 때로는 곧장 가는 것보다 돌아가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는 거야. 처음에는 돌아가는 것이 무척 어렵고 힘들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고 원칙에 맞게 로직에 따라 우직하게 가다 보면, 나중에 내가 바라던 이상의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야. 바로 눈 앞의 화를 참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승부하자.’

결국 유비가 조조에게 바보 행세를 했듯이, 신대리도 이팀장에게 권태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며, 눈을 속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1년 간 시장조사 업무를 통해 환경분석이 모든 전략의 가장 기초가 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였다. 특히,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성숙시장에 접어든 화장품 산업에서는 무엇 하나라도 남들과 다르기 위해서 먼저 경쟁사를 더욱 깊이 들여다 봐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 그래서 그는 더욱 시장에서 아미앙떼의 현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이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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