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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창 Dec 30. 2017

마케팅 소설, 인식의 싸움(6)

기회비용과 Cash Flow

신 대리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휴’하고 한숨을 쉬며 다시 말했다.
“자~,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 줄게. 잘 봐봐.”
그는 두 사람과 잠시 눈을 맞추더니, 펜을 들어 화이트 보드에 숫자를 적으며 다시 설명하였다.

“내가 만약에 1억원이 있는데, 1억원을 더 빌려서 화장품 매장을 하나 창업하려고 한다고 하고, 은행이자는 편의상 년 5%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총 2억원으로 사업한 결과 차입금에 대한 이자 5백만 원을 갚고, 총 비용을 공제한 후 5백만원의 이익을 봤다고 하자. 그럼 이런 경우 투자를 해야 하나?”

“글쎄요. 순이익이 5백만원 났으니 투자해야 하지 않나요?”
박성준의 대답에 신 대리는 조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윤희씨는 어떻게 생각해?”
“음~~.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이자도 갚고 더 돈을 벌 수 있다면 해야 하지 않나요?”

“그러게…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어. 그런데 그렇지가 않은 거야. 내 자기자본금 1억원에 대한 기회비용이 있잖아. 만약에 이 1억원을 다른 곳에 투자해서 5백만원 이상을 더 벌 수 있었다면 어떨까? 작은 오피스텔을 사서 월세를 받아도 이보다 더 벌 수 있었을 테니 말이야. 걔다가 요즘은 주식이나 채권에 잘만 투자해도 5%이상 수익은 가능할 수도 있고.”

“아, 그렇군요.”
이제서야 박성준은 이해가 간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단순히 이익만 난다고 좋은 게 아니라, 우리가 기대하는 수익은 그런 기회비용보다 더 커야 되겠군요.”
조윤희도 질세라 박성준의 말에 한마디 거들었다.

“그렇지. 이제야 이해들을 하는구나.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골치 아픈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지금까지 말한 미래의 수익이 아니라 Cash flow에 대한 개념이야. 이익과 현금의 흐름은 그 개념이 상당히 다르거든.”

“현금흐름이요? 그건 또 뭐죠? 기회비용을 초과하는 수익만 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박성준의 질문에 신 대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잠시 생각하였다가 이내 대답하였다.

“흑자도산이란 말을 들어봤지? 분명 이익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잘 돌지 않아서 부도가 나는 경우야. 보통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무리한 투자를 하여 공장설비에 자금이 묶이거나, 창고에 잔뜩 재고가 쌓이다 보면 제품회전이 안되어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돌아오는 어음이나 수표를 막지 못해 부도가 나는 경우라 할 수 있어. 분명 손익계산서 상에는 이익이 나는데 말이야. 그래서 단순한 이익이 아니라 미래의 Cash flow가 어떤가가 중요한 거야. 그런데 우리가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은 지금 현재에 들어온 돈이 아니잖아? 따라서 투자금이 사업결과 들어올 미래의 현금흐름을 예상해서, 현재의 가치로 다시 환산해야, 지금 현재의 투자비용과 같은 시점으로 비교할 수가 있는 것이지. 즉, 현재 투자한 금액으로 사업을 해서 미래에 수익으로 들어오리라 예상되는 현금흐름 금액을 우리 회사의 내부 수익률인 IRR(Internal Rate of Return)로 할인하여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이,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길게 얘기해왔던 미래 수익에 대한 기회비용을 차감한 현재가치(PV, Present Value)가 되는 거야. 그러므로 이러한 미래에 들어오리라 예상되는 현금의 현재가치 금액이 지금 실제로 투자하는 금액보다 커야 되겠지? 그 차액을 NPV(Net Present Value, 순현재가치)라 부르는데, NPV가 0보다 크다면(+) 투자의 가치가 있는 것이고, 0보다 작다면(-)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 잘 알겠지?”

간단한 사례를 통해 두 시간 동안의 설명이 끝나고 나서야 두 사람은 어렴풋이나마 그 개념을 이해할 수가 있었지만, 만약 그들에게 이를 계산해보라고 하면 할 자신은 없어 보였다. 신 대리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마지막 꾹꾹 참아왔던 말을 하였다.

“자자~, 그렇게 자신 없는 표정들 짓지 말고, 잘 봐. 이 세 가지 분석 방법을 일일이 어떻게 손으로 계산할 수가 있겠어? NPV는 몇 가지 엑셀함수를 적용하면 쉽게 산출할 수 있고, 내가 이를 엑셀에 정형화된 양식으로 만들어 놨으니, 앞으로 M&C의 요구 조건들이 나오면 여러 변수들을 엑셀에 입력만 하면 쉽게 시뮬레이션하여 답을 찾을 수가 있으니 걱정들 말라고.”

“네? 그럼 여지 것 배운 데로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신 대리의 말을 듣자 박성준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누가 그런 7080 같은 계산기 두들기는 짓을 하나?”
“그러면 왜 이렇게 오랜 시간 그런 교육을 했어요?”

“그야, 네들을 충분히 이해시켜주려고 한 것이지.”

박성준이 어리둥절해 하며 뭔가 더 말을 하려는 것을 조윤희가 눈을 흘기며 팔꿈치로 박성준을 툭툭 치고는 얼른 끼어 들었다.
“어휴~! 이런 강의를 어디서 다시 듣겠어요? 대리님, 교육 감사했습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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