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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창 Dec 30. 2017

영업도 전략이다(001)

1. LG전자에서의 첫 시작 (1)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은 그 유명한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기 직전인 1988년 5월이었다. 나는 당시 럭키금성(LG) 그룹 공채로 입사하여 금성사(이하 LG전자) 국내 영업부로 발령받았다. 원래 학창 시절부터 마케팅이 좋아 금융권보다는 기업체로 입사하여 마케터가 되고 싶었던 게 꿈이었지만, 마케팅 부서에는 T/O가 없다는 이유로, 국내 가전영업본부 남부 영업부 영등포 영업과에서 일생 처음의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는 88 올림픽이 있었던 때라서 대형 TV 특수로 인한 품귀현상이 발생하였으며, 또한 국내 경기가 최고의 활황기였기 때문에, 제품이 없어서 못 팔정도로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러다 보니 첫 입사 후 어리둥절한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이 이렇게 즐거운 것인지 모를 정도로 일이 재미있었으며, 이에 부응하듯이 대리점 사장들과 회사 직원들과의 기분 좋은 회식도 무척 많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1988년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던 LG전자는 1년이 지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장장 6개월에 걸친 노사분규에 의한 대규모 파업이었다. 비축했던 재고도 바닥나서 대리점엔 마치 이빨 빠진 것처럼 진열장이 흉물스럽게 변하자, 소비자들도 차츰 삼성전자로 발을 돌리게 되었다. 이렇게 당시 업계 부동의 1위였던 LG전자는 처음으로 삼성전자에게 국내 가전 매출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당시 영업부에서 근무하던 내게 있어서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장기간의 파업이 끝나면서, 다시 1위를 되찾기 위해 시작한 물량공세는 영업사원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밀어내기식 영업은 대리점과 본사 간의 밀고 당기는 실랑이를 벗어나, 차라리 전쟁과도 같은 싸움의 연속이었다. 

   

담당자의 무조건적인 밀어내기에, 연일 대리점들의 제품 인수거부가 이어졌고, 이에 따른 담당자의 사유서 또한 계속되었다. 그러면서 생기는 분쟁은 영업현장뿐만 아니라 본사 사무실까지 악 소리가 나게 바꾸었다. 어느 사장은 물건을 받지 않으려고 아예 대리점에서 달아나 모습을 감추었고, 어느 사장은 본사에 뛰어 들어와 책상을 뒤집어엎으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참으로 힘든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은 점점 대리점 방문을 회피하고, 사무실에서 주문서를 작성하여 계속적으로 밀어내는 일만 반복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달랐다. 당시 영업사원 1인당 평균 5개의 대리점을 맡은 것에 비해 두 배나 많은 10개의 대리점을 맡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방문 목표를 설정하고, 가능하면 10개의 모든 대리점들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방문하려고 노력했다. 


갈 때마다 들리는 소리는 밀어내기 영업에 대한 불만의 소리였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꾸준히 방문활동을 계속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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