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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창 Sep 05. 2016

우당탕탕 중국이야기 Season 2

영업 대장정(大長征)-(1) 허베이 성 쓰자좡(河北省 石家庄) ②

나는 먼저 나부터 정신을 재무장하였고, 단단히 준비를 하여 가장 가까운 고객인 대리상들에게 변화를 이끌어 내는 정신교육과 영업전략교육에 온 노력을 기울이려 하였다. 무엇보다도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고, 구체적이지 못하고 머리 속에만 갇혀 있는 대리상들의 영업목표와 계획을 숫자로 끄집어내어, 그들을 목표지향적인 체질로 바꾸려고 하였다.

그 시작은 허베이 성의 성도(省都)인 쓰자좡(석가장, 石家庄)부터였다. 쓰자좡은 예전에 석탄을 개발하는 작은 촌락 수준이었으나, 베이징과 가까운 교통의 요충지여서 1900년대부터 철도가 개통되고 일본군의 병참기지가 되면서 인구가 급증하게 된 곳이다. 그후 1925년에 시(市)로 승격되었는데, 티엔진(천진,天津)이 직할시로 허베이성에서 분리되면서 1968년 허베이 성의 성도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역사유물이나 관광자원이 많지 않아 관광산업은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대신, 공장지대가 많아 지금도 베이징의 공기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는 악명 높은 곳이기도 하다. 쓰자좡이란 명칭의 유래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지명 그대로 '석씨' 성이 많은 부락이기 때문이란 설도 있고, 석탄이 많이 나온 곳이기 때문이라고도 하며, 또 원래는 ‘십가장(十家庄)’이었는데 十과 石의 발음이 '쓰'로 같아 쓰자좡으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도 확실하진 않다.

영업을 맡고 처음 가는 출장 길은 꽃피는 봄날이 화창한 4월의 오후에 있는 쓰자좡 사업자 교육이었다. 오후 4시에 시작하는 교육은 하루에 두 번뿐이 없는 칭다오 비행기편 시간과 맞지가 않아, 나는 쓰자좡까지 한번에 가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가까운 친황다오(진황도)를 거쳐가는 오전 11:30분발 작은 비행기를 탔다.

중국 비행기들이 대부분 늦게 출발하는 것과는 달리, 제 시간에 정확히 비행기를 탑승하게 되자, 나는 이게 웬일인가 하며 좋아했는데 일말의 '혹시나'는 여지없이 '역시나'가 됐다. 제 시간에 탑승만 시킨 거지, 비행기는 출발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금방 그치기는 했지만, 예상대로 비행기 출발시간에 영향을 주고 만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을 복도 양쪽으로 두 명씩뿐이 앉을 수 없는 비좁은 비행기 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갇혀있은 후에야, 비로소 비행기는 하늘로 올랐다. 과거 광저우에 출장 갔을 때 비행기 안에서 3시간을 갇혀있었던 악몽이 되살아났던 순간이었으나, 그래도 한 시간 정도면 중국에선 일상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약 40분을 날아가던 비행기에서 중국어로 뭔가 안내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같이 동행한 손대리에게 어쩐 일인지 알아보라 하였다.



손대리는 칭다오대학 한국어과를 일등으로 졸업한, 회사에서 가장 한국어가 능통한 한족 여직원이다. 우리회사 영업부에는 남자직원이 한 명도 없다. 회사의 고객이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화장품과 피부미용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매개체로, 때론 친근하게 때론 같은 여성으로서 허심탄회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데는 남자보다 여자가 제격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일을 해보니 남직원들은 드센 중국 아줌마들을 성격적으로 잘 참아내질 못하기도 했으며, 한국어 실력도 여직원들보다 비교적 떨어지고 일 처리도 뛰어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회사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임직원들을 제외한 중국직원들 중 여성의 비율은 90%가 넘는 상황이다.

 
손대리는 지난 2년간 장상무의 통역으로 일해오며 능력을 인정받아, 수 많은 직원들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대리로 진급한 최우수 직원이다. 그래서 내가 영업총괄을 맡으면서 영업경험이 부족한 나를 그녀가 보조하는게 좋겠다 생각들어, 오늘 처음으로 함께 출장을 오게 된 것이다.

손대리는 승무원과 잠시 얘기를 한 후, 친황다오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기가 그리로 가지 못하고 다롄(대련) 공항으로 비상 착륙한다고 말하였다. 이미 오후 한 시가 넘었어도 비행기에선 점심식사도 주지 않고 딸랑 생수 한 병만 주어 출출해지기 시작했는데도, 내가 가야 할 길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다롄 공항에 내린 나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급히 중국산 컵라면과 소세지를 사서 주린 배를 채우고, 또 하염없이 다른 안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또 한 시간이 지난 2:30분쯤이 되자, 항공사에서 이제야 점심을 나눠줬는데 물과 빵 하나뿐으로 사실 별로 먹을 것도 없어 미리 컵라면을 사먹기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처음 떠나는 나의 감개무량한 장정의 길은 이렇게 처음부터 순탄치가 않았다.


비행기는 4시가 되어서야 다롄공항을 출발하여 친황다오에서 사람들을 내려 주고, 또 다른 승객들을 탑승한 후 쓰자좡 공항에 도착하였는데, 그때는 이미 저녁 8시가 넘은 뒤였다. 그리고 또 공항에서 행사장인 쓰자좡 식물원에 있는 호텔까지 택시로 한 시간을 달려 당도했을 때는 이미 깜깜해진 밤 9:30분이었다. 오전 10:30에 회사에서 나와서 저녁 9:30분에 호텔에 도착하였으니, 자그마치 11시간이나 걸린 일이었다.

그런데 칭다오에서 쓰자좡까지 가는 직행 비행기로는 단 한 시간, 친황다오 경유 비행기로 세 시간이면 올 길을 난 열 시간에 걸쳐오게 되었으니, 중국에서의 출장은 언제나 예측불허 하며 멀고도 험난하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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