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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Mar 18. 2021

4일 차,사랑을 문학이라 부른다면

신나는 글쓰기

월요일부터 내 귓속을 맴돌고 있는 노래에 대해서 쓰고 싶다. 박소은의 너는 나의 문학. 일단 귀를 기울여 들어보길. 


https://www.youtube.com/watch?v=PhevISm-8-w

음원사이트에서 찾은 이 노래는 원래 내레이션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레이션부터가 이 노래의 완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라이브 버전을 좋아한다.  


내레이션 전문은 이렇다. 


"새로울 것도 하나 없는 이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란 단어는 또 얼마나 지겨워져 가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너도 나를 사랑해달라고 말하면서도, 사랑이라는 게 뭔지 나는 종종 잘 모르겠단 거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찾아봤지만, 오래된 것들 중 확실한 건 없잖아. 그래서 나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다른 말을 내 것들에게 내어주기로 했다. '너는 나의 문학이야'라고 그렇게 말하기로 했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다른 말을 내 것들에게 내어주기로 했다는 것. 또 그 이 문학이라는 것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너는 나의 문학이라는 말.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사랑을 문학이라고 표현한다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말이다. 그것도 어느 이름 없는 소설가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으로, 사람들의 인생 소설이라고 불리는 몇몇 소설들로 비유한다는 것. 


하지만 화자는 그것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화자는 너는 나의 문학이라는 노래의 제목부터 시작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여러 개의 문장으로 치환해서 표현한다. 노래의 내레이션을 보면 화자는 사랑이라는 게 뭔지 종종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을 한 마디로 딱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다. 나도 그런 것 같다. 사랑은 단 하나의 감정이 아니다. 애초에 사랑은 연인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등, 무수히 많은 감정의 무리를 칭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너의 말은 시가 되어 
텅 빈 책에 받아 적히고
그걸 평생 들고
다닐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에서 칭하는 여러 가지 사랑의 비유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다. 술술 잘 읽히면서도 계속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노랫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적어 평생 들고 다닌다는 건,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쁜 말만 내뱉는 것은 아니다. 가끔 험한 말을 내뱉을 때도 있고,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말도 내뱉을 수 있고, 어, 오! 응? 등의 의미 없는 말을 내뱉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화자는 그런 말들이라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그것은 진짜 사랑이다.  


노래는 가수의 나지막한 음색과 멜로디처럼 차분하게 흘러가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말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 때문일까? 월요일에 이 영상을 보게 된 이후로 나는 하루에 몇 번이고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한 사람을 닳아 없어질 때까지 읽으면 그 사람은 사라져 버릴까? 아니면 마음속에 차곡차곡 남아있을까? 이런 생각이 마구 떠오르는 것도 아마 내가 이 노래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겠지. 어느새 이 노래가 나에게 문학작품처럼 느껴지고 있다. 사랑한다는 게 꼭 사람만을 뜻하는 건 아니니까, 나 또한 화자의 말을 빌려, 이 노래를 문학에 비유해 보고 싶다. 

 

아직 어떤 사람의 인생의 반의 반 정도밖에 살지 못해서 나는 아직 '너는 나의 문학'이라고 부를 사람을 찾진 못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문학에 비유할 만큼 좋은 사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당신도, 누군가의 문학 작품이길 바란다. 누군가가 계속 계속 읽고 싶어 지는 작품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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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한 부분은 나눔 명조체...앗 모바일로는 글씨체 바뀐게 안보이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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