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글쓰기
여자는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모자 사이로 보이는 눈빛은 상당히 진지해 보인다. 어떤 책을 읽고 있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너무도 집중한 표정이라 물어보기가 꺼려진다. 옆에 놓인 책은 표지가 보이는 채로 뒤집혀 있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좌석과는 꽤 거리감이 있어서 표지의 글자가 보이지는 않는다.
여자가 앉아 있는 자리는 객실 출입구 근처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발걸음 소리가 거슬리지도 않는지, 한 번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사람들의 발소리에 눈을 찌푸리지도 않는다. 그만큼 읽고 있는 책이 재미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창 밖으로는 노을이 지고 있다. 멀리 보이는 풀숲과 아치형 다리 사이로 반사되는 그을린 빛이 제법 아름답다. 모두가 한 마음인지 다들 창 밖으로 눈을 돌린다. 이 기차의 손님들은 거의 대부분 노을이 지는 광경을 보기 위해 탔다. 나도 그랬고, 그녀도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책을 접어두고 창밖을 내다보는 얼굴에 따스한 빛이 서린다. 문득 그녀를 그려보고 싶어 진다. 노을빛과 섞인 여자의 검은색 모자와 옷은 새까맣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 평화로운 분위기를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