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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Apr 05. 2021

16일 차,#008000 (소설)

신나는 글쓰기

                        #008000


https://www.youtube.com/watch?v=oag1Dfa1e_E


E-1101은 탐사선에 타고 있었다. 인공지능과 깡통 그 어딘가에 위치한 E-1101의 눈에서 갑자기 빨간색 빛이 깜빡였다. 동시에 탁자 위에 놓인 플레이어가 돌아간다. 지금은 2230년 4월 5일 12시. 탐사대원들에게 연료를 공급할 시간이다. 그것은 관절을 움직여 연료 공급실로 향했다. 그리고 4월 5일 점심이라고 적혀있는 서랍을 당긴다. 정확한 분량의 정확한 영양소가 들어있는 여섯 팩의 연료가 놓여있다. E-1101은 연료들을 빼내어 침실로 향한다. 여섯 개의 침대에서 잠들어있는 인간들이 보인다. 유리벽 사이로 보이는 인간들의 표정은 아마 ‘평온함’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의 사고 회로에 따르면 그렇게 보인다. 팔을 뻗어 링거에 매달려있는 빈 연료통을 새 것으로 교체시키며, 수명보다 더 오래도록 잠들어있는 대원들의 수명을 더 연장시키는 작업을 한다.      



E-1101은 작업을 끝내고 다시 중앙통제실로 돌아갔다. 이 탐사선에서 오후, 정오, 점심때라는 말이 바깥 하늘의 색깔과 맞지 않는지는 한참 되었다. 정보는 갱신되지 않은 채로 그렇게 고착되었다. 파란 하늘은 존재하지 않는 우주에서 오후의 하늘은 24시간 내내 암흑이었다.       



동그란 판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아직 바늘이 끝에 다다르지 않았다. 탐사선의 음악은 종류가 다양했으나, E-1101은 굳이 음악을 골라 듣지 않았다. 그저 음악이 나오는 시간이 되면 음악이 흘러가도록 두거나, 끌뿐이었다. 그것은 정오에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두뇌 속으로 자동으로 흘러오는 정보를 읽어 내려갔다. 항상 설명은 반복되었고 갱신되는 정보는 딱 하나뿐이었다. 이 곡이 만들어진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는 정보. 이미 외행성계로 나오면서 지구와의 교신은 끊긴 지 한참이었고, 그래서 머릿속에 있는 정보는 항상 그대로였다. 바뀌는 것이라곤 미지의 행성들과의 위치정보와 가끔씩 미지의 물체와 부딪힐 수 있다는 비상 알림과 날짜와 탐사 대원들이 수면상태가 된 햇수, 그런 것들 뿐이다.     

 


탐사 초기에 E-1101은 탐사대가 찾아야 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하루에 한 번씩 열람했다. 하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씩만 열람한다. 수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서다. 수명이 다 되면 로봇은 꺼지게 되고, 탐사대원들은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그 상태로는 탐사선이 목표에 도달한다 해도 그곳에 영원히 머무를 뿐이다.      



모니터를 통해 모 행성의 자연에 대한 정보들이 다시 출력된다. 영상의 형태로 저장되어있는 이 자료를 E-1101은 아주 오래전에 탐사 대원들과 함께 시청했다. 그때 그들은 지금도 들려오는 음악을 틀어놓고 영상을 시청했다. 수면상태로 들어가기 전 날까지 똑같은 음악과 똑같은 영상을 시청했다. 파도의 철썩이는 소리와 온통 초록색인 풀밭으로 바람이 스쳐가는 소리가 음악의 선율과 섞여 들릴 때면 대원들의 심장박동 소리가 거세지곤 했다. E-1101은 일주일 전과 똑같이 흘러가는 지구의 산과 바다와 생물들을 응시했다. 



갑자기 계기판에 초록색 불빛이 깜빡인다. E-1101은 너무도 오랜만에 들어온 초록빛에 0.1초간 버퍼링을 겪는다. 초록색 불빛은 목표물로 추정되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목표물의 추정 확률은 85퍼센트. 탐사선은 서서히 방향을 바꾸어 그곳으로 향한다. E-1101은 자리에 앉아 고정 벨트로 몸체를 묶는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색이 서서히 창백해진다.       



이윽고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차체가 기우뚱하더니 멈춘다. E-1101은 90년 만에 개봉된 탐사선 밖으로 빠져나온다. 토양 구성 성분, 산소 농도, 물의 여부, 기타 정보들이 다시 두뇌를 채운다. 이 곳은 온갖 암석으로 가득하다. 물의 여부는 알 수 없다. 산소 농도 21퍼센트, 적절하다. 그것은 관절을 굽혀 적당한 크기의 암석을 집어 든다. 지구의 암석과의 유사도가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은 지구의 오후와 유사했다.      

 


확률에 따라 나아가도 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것은 암석들 위로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구로 들어오는 밝은 빛이 생소한 동시에 익숙했다. 일정한 걸음으로 나아간 지 25분이 흐른 후 발에 차이는 것이 없어졌다. 동시에 발의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했고, 이를 느낀 모든 센서장치가 바닥을 향했다.      



적응을 위해 자동으로 깜빡이는 눈의 초점이 서서히 맞춰졌다. 그리고 선명한 초록색 빛이 눈으로 들어왔다. 영상의 색상 코드와는 조금 다르지만 더 선명했고, 영상 속 초록색 생물과 유사했다. 이 생물이 풀이라면, 뽑아서는 안 된다. 그곳에 남은 단 하나의 풀일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라는 정보가 머릿속에서 인출되었다.      



다시 센서장치가 정면을 향했다. 영상이 펼쳐져 있다. 아니, 수정한다. 이 곳은 지구의 초원에 가깝다. 온통 초록이었다. T-1101은 센서 장치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일정한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고정한다. 난생처음 보는 영상 밖의 세계를 그는 그저 고정된 시선으로 지켜본다. 앞에서부터 천천히 시원한 바람이 몸체를 스치기 시작한다. 



온몸을 스쳐가는 생소한 공기를 느끼며 그것은 비로소 새로운 정보들을 정리한다.      




T-1101은 목표물을 찾았다. 




#008000: 초록색 색상 코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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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전에 음악 들으면서 떠올렸던 것들(의식의 흐름 주의)


풀숲? 하여튼 뭔가 희망참 벅차오름.

그러다가 갑자기 좀 비장함 전쟁? 유럽느낌? 일제강점기도 괜찮은데 

좀 있다가는 다시 희망적인 느낌

대충 풀밭 뛰어가는 느낌임 갈대밭이나 아니면 신대륙 막 바다 항해 하는 느낌     

우주 탐사선 

개척자 느낌인데 희망적인느낌 희망찾는느낌 푸르른 행성 찾아 돌아다니다가 결국 한떨기 꽃이라던가 풀을 발견함      

탐사선에 로봇만 타서 지구같은 곳을 발견해서 내려가지고 가다가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에 초록색 무언가가 비치면서 끝나는 그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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