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조건

by Honkoni

결혼할 남자의 조건이라고 하여 대단히 조건을 따지는 것 같은데 나의 조건은 보통의 여자처럼 "그놈이 그놈이니 돈많이 놈이 최고다" 식은 결코 아니다.

오죽하면 내 얘기를 다 들은 친구가 몇년전에는 야, 차라리 조건이 판검사 라고해, 의사한테 시집간다는 꿈을 가져라 그 길이 더 빠르겠다 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1. 함께 있는게 너무 재밌어야 한다. 이건 단순히 사랑-사랑 하는 육체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뜨거운 감정을 넘어선 감정이다. 휴대폰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휴대폰 게임에 빠져 있는 것처럼 상대가 너무 재밌어야 한다. 난 세상에서 미니미가 제일 재밌다. 생긴것도 재밌고 춤출 때도 웃기다. 싸울때도 둘이 막 싸우다가 걔는 내 소리치는 모습에, 나는 미니미가 처음에는 말대꾸도 제대로 못하다가 꽤 말빨이 늘었다는 생각이 서로 동시에 들면서 웃음이 빵 처진다. 예전에 효리네민박 시즌 1에서 이상순과 효리의 대화중, 효리 왈, 우리 부부는 제주도 애월에 이렇게 쳐박혀서 둘만 보고 사는데 우리 뭐 왕따(?) 인가 이렇게 자조적인 소리로 비약하자 이상순이 "난 세상에서 효리 니가 젤 재밌어" 라고 했던 말이 진짜 가슴에 와 닿았다. 둘이 있는게 너무 재밌어야 한다.


2. 운동을 좋아해야 한다. 나는 한 때는 테니스에 미쳐있어서 서울에서 실컷 치다가 아일랜드로 옮겨가서 어마어마한 금액을 내고 개인레슨을 받았을 만큼 운동을 좋아하고 스포츠 브랜드에서 하는 온갖 종류의 마라톤에 다 참가할 만큼 한때는 또 달리기에 빠져있다가 요새는 요가, 그리고 걷기는 워낙에 좋아한다. 미니미는 구기종목에 미쳐 있으니 이는 뭐 더할 나위 없이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



그밖의 많은 조건들이 있었지만 다 생략... 그 중 돈돈돈 거리는 남자는 정말 만나기 싫었는데 열심히 일하고 번 만큼 쓰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싶은 나의 삶에 대한 가치관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남자를 만났다. 한국은 내가 살아가는 터전이 아니라 이 터전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도 적극 동의. 나는 이십대부터 적극적 코스모폴리탄 이었으니까.


돈돈돈 거리는 사람치고 부자 못봤다. 돈이 없어서, 돈을 아껴야 하니까 돈돈돈 거리는게 아니라 그렇게 사는 가치관이 그 사람을 평생 가난하고 빠듯한 살림 살이로 만드는 것이다.

삶의 진실 하나.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고 생길 수 있다. 없으면 벌면 되고, 번만큼 잘 쓰면 된다.

커피값 아껴서 제대로 성공한 사람 못봤으니까.


그 4천원 5천원짜리 커피값으로 내가 맛있는 커피를 즐겼고, 그 분위기에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었으며 (혹은 좋은 사람과 수다를 떨 수 있었으며) 그렇게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으면 그건 내 하루를 값으로 메겨 보았을 때 50만원의 가치가 있을 수도 있는거다. 커피값 아끼고, 좀 더 싼거싼거 찾다가 인생이 지지리 궁상맞게 되거나 아니면 그 돈 모아서 대의를 도모하기 전에, 살만해지면 몸이 아파오고, 돈 모일만 하면 그 돈이 꼭 예기치 않게 나가게 되는 것이 인생이렸다.


말하다 보니까 남자의 조건이 아닌 삶의 조건을 말하게 됐네...

그래, 이런 내 삶의 조건에 거부갑 없이 수용되는 미니미가 내 인생의 보물이다.


여인들이여,

각자 독립하는 연습, 오롯이 스스로 설 수 있는 연습을 하시길.

그래야 남자의 돈 씀씀이에 잔소리 하면서 (회식비 왜 니가 냈어! 돈좀 아껴서 써! 니가 쓰는 돈 다 아까워!) 부부사이 혹은 애인사이가 망가지지 않으리.


나는 회식때 돈 안내려고 꽁무니 빼는 남자동료보다, 악착같이 더치하는 남자보다, 한두번 더 다른 사람보다 지갑을 여는 사람이 좋다. 부모님 왈, 자꾸 남에게 얻어먹으려고 하지 마라, 니가 더 많이 사야 한다 이런 가르침이 아니었더라도 자꾸 남한테 얻어먹으려고 하고, 남의 돈이 내 돈인양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확히 얻어먹는 팔자 그렇게 비굴한 팔자가 될지도 모른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회식이 끝나고 지하철은 아직 끊기지 않아서 지하철 역으로 가고 있는 상황.

시간은 자전 30분 전? 이런 저런 통화를 하다가 내가 "택시타!" 이랬다. 미니미가 "으응?"

택시타라고. 하루종일 일하고, 회사사람들 하고 회식하느라 또 업무의 연장이려니 긴장하면서 술마시고 얼마나 힘들어, 택시타고 편히 가서 얼른 씻고 자.

"......................."


미니미는 말이 없었다. 뭐하니? 자니?

"비교한 적 한번도 없었는데...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상대이긴 한데, 순간 과거 생각이 나면서 짜증과 감동이 한꺼번에 밀려오네."

미니미가 추가 했다.

"걔는 예전에 지랄을 했거든. 내가 회식끝나고 한번 택시탔다가. 늘 타는 것도 아니고 한번 진짜 딱 한번 너무 힘들었어 택시를 탔는데 지랄을 하더라. 돈아깝게 왜 타냐고."


그래도 꾸역꾸역 참았단다. 미니미는 좋은 사람이니까. 난 되려 머리가 멍해졌다. 택시비 2-3만원이 왜 아깝지?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그 시간과 피로한 내 건강이 더 소중해야 하는거 아닌가. 미니미 성격상 맨날 택시 타라고 해도 타지도 못할텐데.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더이상 함께 인생을 꿈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이 미세먼지 많고, 경쟁 치열하고, 너도 나도 삶이 팍팍한 요즘...

사랑받고 사랑하며 삽시다.


좋아하는 친구와, 의지하는 직장동료와, 남 욕하지 말고, 사랑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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