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군필자를 만세

재외국민으로 자발적으로 군대를 안 간 어떤 못난 한국 남자에게

by Honkoni

줄곧 군필자가 뭐 대단한 벼슬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60이 훌쩍 넘은 아빠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본인이 36개월 굶고 맞아가며 고생했던 11사단 군대 복무 얘기를 하며 정말 징글징글하다고 했다. 울 아빠는 원래 옛날 얘기만 반복하는 고지식한 어른이다. 옛날이 좋았고, 옛날에 얼마나 굶어가면서 공부했는데 요새 애들은 정신 빠졌다는 둥 이런 얘기하시는 분. 아무리 "아빠랑 우리랑은 세대가 달라. 나약해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IMF 의 무서움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라고!!" 이러면서 목청껏 대들어도 혀만 끌끌 차시는 분. (다행인건, 같이 박정희와 박근혜를 욕하는 정치적 성향만은 같다는 점?)

아무튼 아빠는 36개월 군필자, 오빠는 26개월 군필자, 그리고 내가 만났던 모든 남자친구 및 남자 사람 친구 모두 군필자였기에 [남자라면 군대 가는 거지모]라고 그냥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당연히 가야만 하기에 가는 거지만, 남자들이 그 당연한 의무를 당연하게 한다고 해서 여자인 나까지 당연하게 생각한 건 아닌 것 같다. 요새 이런저런 백으로 당연하게들 안 가는(안 가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워낙에 많은 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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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군대를 뒤로 빼줄 부모를 만나지 못했지만 불평불만 없이 성실하게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군필자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해외여행이 아닌 1년 남짓 해외 체류를 하게 되면서 한인 성당이나 한인 모임에서 한국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됐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이곳으로 조기유학을 왔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여기에 나온 후에, 군대를 어떻게든 안 가고자 하는 남자들을 여러 명 만났다.

그래도 한국 가서 군대 마치고, 한국에서 취업이든, 아니면 여기서 취업이든 생각하는 게 어떻냐고 했더니 눈을 똥그랗게 뜨고 [미쳤니 군대 왜 가니] 이런 표정으로 아니? 난 여기서 취업할 거고, 5년 동안 합법적으로 세금 내면 citizenship 나오니까 국적 바꾸고 그냥 여기서 살건대? 한국 가고 싶으면 서른다섯 쯤 넘어서 외국인 자격으로 한국에서 일하면 되지 뭐.라고 국적 바꾸는걸 마치 학원 고르는 것처럼 선택의 사항으로 간단하게 선택하는걸 보고 정말 실망 많이 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게 괜찮으냐는 물음에, 전혀 아무렇지 않다고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내뱉는 매국노 새끼들!


그런 거 보면 외국에서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혹은 휴학하고 한국에서 일반 사병이든 통역병이든 자원 입대하는 거 보면 진짜 박수가 짝짝짝 처질 수밖에.

헬조선이 싫어서, 내가 사는 게 너무 헬같아서 잠시 나와있지만 나와서 살면 살수록 내가 느끼는 건 내 녹색여권 대한민국에 대한 자랑스러움이고, 대한민국이 좀 더 잘 살았음 좋겠다, 더 선진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로 사는 나의 위상도 올라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다.


제 아무리 여기서 국적을 바꾸고 살아간다고 해봤자 평생 이방인으로 살아가는걸 뭐.


위정자들이 대한민국으로 헬조선으로 망치고 있지만, 그래도 묵묵히 법을 지키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평범한 국민들이 있기에 우리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거 아닐까.


신체 건강하다고 군필자 되는 건 아닌 거 같다. 군대 따위 안 가려고 외국으로 유학 가서 한국으로 안 돌아오고 외국에서 정착해서 살려고 하는 한심한 매국노들, 군필자인 대한민국 남성보다 2년쯤 더 앞서가는 거 같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잘은 모르지만 군대에서 배우고 나오는 인간관계, 군대에서만 배울 수 있는 우정과, 잊지 못할 경험, 미필자들이 모르는 성장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군입대의 의무를 지지 않은 것들이랑은 상종을 안해야 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지금도 "어! 나 군대 안갈껀데? 군대를 왜가? 나 국적 바꿀건데?" 이런 목소리를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목뒤로 빡- 하고 올라온다. 그렇게 계속 피하면서 살아봐라~ 얼마나 잘사나 보자.


쵸- 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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