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로 늙어가지 맙시다!
- 이어령 같은 어른이 더 많이 나오길 빌며 -
얼마전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 오는 비행기에서 겪었던 일이다.
나는 워낙에 복도석 좌석을 선호하기 때문에 (내릴때도 편하고, 창가쪽 햇빛도 싫고) 비행기를 부지런히 타고다닌 20살 이후부터는 무조건 복도좌석으로 티켓팅을 한다.
국내든 국외든 상관없이 그러하다.
가능한 비행기 앞쪽에 타는걸 선호하는데, 즉, 앞쪽이면서 복도좌석을 가장 선호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맨 뒤에 타더라도 꼭 복도석을 달라고 요구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주 비행기에서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오는 일을 겪었던 것이다.
나의 좌석은 7D 상당히 앞쪽좌석을 얻었다. 내 자리를 찾아가는데, 60대 아주머니가 (요새 60대는 아주머니지 뭐) 내 자리에 앉아있었다.
"저기,, 좌석번호좀,,제가 이 자리인데요."
"응? 나 여기 맞는데?"
이러면서 앉은 세분이 동시에 본인들의 탑승권을 확인했다. 세 분이서 친구인것 처럼 보였다.
그 중 창가쪽에 앉은 분 왈,
"아이고 내가 7A이네!"
이러면서 왼쪽 좌석의 창가쪽을 가리키며 하는 말,
"그냥 저기 앉아요."
내가 좀 어이가 없어서....
"네? 저는 복도석 좌석을 구매해서요"
"복도? 아 창가가 더 좋지뭐. 내가 저리 가려면 여기 두 명 다 일어서야 하는데 번거롭게."
순간 망치로 한 대 얻어맏은 느낌이었다. 양해를 구해도 자리를 비켜 줄까 말까인데, 당당히 저기 창가에 앉으면 되지 않냐는 저 태도는 무엇이지? 마치 종로쪽 지하철 근처에서 흔히 보는... 일반 좌석에 젊은 사람이 앉아있을때 그걸 두고 지팡이를 들고 훈계하는 '그닥 늙어보이지 않는' 노인들을 대할 때의 불편함이 다시 상황이 바뀐 채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승무원을 불러서 처리하라고 할까 하다가 걍 못들은 척 계속 서있으니 결국 궁시렁 대며 자리를 옮겨앉았다.
젊은 사람이 까다롭다는 둥, 창가석이 더 좋은데 앉으면 되지, 다들 이렇게 사람 불편하게 하네 이렇게 끝까지 시비를 걸었다. 그냥 못들은 척 하기 위해 침을 꾹 삼킨건 그들이 노인이어서 아니라 그래, 비행기안에서 소란을 피우기 싫은 내 자존심 이었다.
세상 어이가 없어서....자리를 착각해서 앉은 건 본인들이고, 창가석이 좋냐 복도석이 좋냐는 이 표를 구입한 나의 권리이지 생판 모르는 남이 판단할 일이 아니다.
참 우리나라는...(또 이렇게 우리나라는 어떻다 저떻다 단언하는거 자체가 우습지만)
서양 문화권 노인들처럼 인생을 관망하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편안한 표정의 노인도 드물고 그렇다고 일본의 노인들처럼 남들에게 메-와꾸(民弊)끼치는 걸 극도로 꺼려하여 폐를 안끼치려고 애쓰는 예절바른 노인도 드물다.
다들 찌든 표정에 꼰대, 아니면 여유로운 갑질이거나 반말질...
이어령 선생님 같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젊은 사람보다 더 젊은, 노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노인들을 두고 살아 있는 도서관 이라는 말이 있지, 그게 그냥 저냥 책에서 보는 명언이 아니라 내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말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