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간의 더블린 생활을 정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
이렇게 7월 초에 생각지도 않았던 아일랜드에서의 회사 생활이 결정되었다. 비록 약 4개월간의 한국 마켓 매니저로 일을 할 뿐이었지만 또 다른 기회와 환경이 주어진 다는 건 많은 변화를 기대하고 한국을 떠나온 나에게 또 다른 문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처음 고캄비오 에서는 7 월내로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은 상태였으나, 7월 중순에는 전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J언니로부터 런던으로 출장 온다는 연락을 받았던 터라 7월 중순에 런던행이 예정되어 있었고, 7월 말에는 피어스 브로스넌 (such a sugar daddy) 이 주인공인 I.T라는 영화의 엑스트라 촬영이 3일간 예정되어 있었고, 다시 8월 초에는 더블린에서 기네스 팩토리 지면 광고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다.

엑스트라니, 지면광고니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그럴 건 없고, google.ie를 통해 에지 있는 Asian Look을 찾고 있는다는 WANTED posting을 보고 이메일로 프로필 사진과 아일랜드에서 합법적으로 일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PPNS 카드를 스캔해서 보낸 후 3주 만에 shooting confirmation 이메일과 전화를 받았다.
사실 한국이었으면 시도할 생각조차 안 했을 일이지만 (영화 엑스트라? 내가? 맥주 광고? 내가?)
여기는 어디? 아일랜드.

나이, 학교, 사회적 지위 다 떼고 가장 내추럴하게 하고 싶은 거를 발견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걸 찾아 도전하는 중이었다. 나이 서른 넘도록 꿈도 모른 채, 하고 싶은 게 먼지도 모른 채, 정규직 직장인인 거에 만족하면서 사당에 강남역까지 왔다 갔다 하는 삶을 더 이상은 거부하고 온 아일랜드행, 내가 해야 할 일은 두려워하지 말고 이것저것 부딪혀 보는 삶이었으니까.
내가 어디서 영화 엑스트라를 해보고 기네스 팩토리 corp. video를 찍어 보겠냔 말이다. 바로 지금 여기가 아니라면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들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되었다.
촬영 후에 통장으로 받는 달콤한 돈도 행복했고, 무한대로 길어지는 대기시간, 그리고 나 같은 어중이 떠중이가 아닌 진짜로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저렇게 꿈에 간절하고, 저렇게 실패하면서도, 저렇게 웃으면서 언젠가는 꿈이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으로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돈을 벌기 시작한 순간부터 얼마나 조급한 사람이었는지 스스로 반성이 되었다. 꿈을 꾸고, 능력의 고작 30퍼센트만 해내고 있으면서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이게 아닌가, 나는 재능이 없나,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훨훨 날아다니는데 나는 대체 뭐하고 있는 건가 자기 비하하고, 나의 무능을 탓하고, 환경 탓, 부모탓, 이렇게 다 남 탓으로 돌리고 그만큼 표정도 불평불만이 가능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모든 건 내려놓고 녹색의 땅 아일랜드에서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내 인생을 밀어붙여봄과 동시에 아직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서 일단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해 버리는 부정적인 자세를 온전히 버릴 수 있게 되었다.
6월 말 스코틀랜드에 있을 때만 해도 나는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겠구나 하고 체념했으나 이제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르는 "선물"인데 미리 쓸데없는 근심과 걱정은 접게 되었다.
일어나게 될 일은 어차피 일어나는 법이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8월 20일 이후로 회사에 입사하겠다고 마음 먹은 후, 이제는 7개월이 넘게 나의 가족이 되어 주었던 홈스테이 가족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