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수 일투족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그 불편함
싸이가 폭망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미니홈피를 홈2로 옮겨서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얼굴 기억도 안나고, 몇년째 보지도 않는 사람들의 일촌은 다 끊고) 아무리 글을 써봤자 방문자가 없는 바람에 허세글이 아닌 솔직하게 공책 일기장 처럼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었다.
비공개 했던 사진첩이 일시적으로 공개가 되면서 폭망하던 싸이월드가 다시 한번 언론폭탄을 두드려 맞은 후 한동안 홈페이지 URL을 두드릴때마다 공사중이더니 어제 방문해본 결과 홈페이지가 문을 열었다.
결과는 대 실패.

수년전에 찍었던 사진을 보물처럼 아끼는 타입도 아니고, selfie든 남의 사진이든 사진찍는거에 도통 관심이 없어서 사진을 백업할 생각도 없지만 어제 갑자기 망한 싸이월드를 들여다 보고 있는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내 정보가 갑자기 훅~ 무서워 졌다.
싸이월드, 프리챌(아,그리운 프리챌 시절),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 그램(인스타에는 가입안함), 빙글, 핀터레스트(이것도 말만 들어봄)
등등에서 얼마나 찔끔찔끔 허세글 + 진심글을 남겨왔던가.
특히나 기업에서는 SNS를 통한 이벤트에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그걸 노린 사람들이 이벤트용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또 그런 사람들이 친구를 맺어서 이벤트용으로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현재 만나고 있는, 혹은 과거에 알았던 소중한 인연과 친구를 맺고 있는 내 소중한 SNS 계정에다가 어떤 기업의 홍보용 이벤트, 좋아요 이벤트, 친구 태그 이벤트를 올리고 싶은 사람 없겠지.
그건 좀 쪽팔리는 짓이잖아. 친구들이 볼때 "쟨 무슨 공짜 이벤트에 환장하나, 맨날 저렇게 이벤트 소식을 타임라인에 올려" 할테니 걍 이벤트용 계정만들고, 전혀 모르는 사람과 친구맺은 다음 이벤트 열심히 참여하는거지.
그러나 그건 이벤트를 개최한 기업 입장에서 굉장히 김빠지는 소리 아닌감 ?
1등 상금은 어마어마 한데 그 당첨자가 다 fake 용 홍보였다니;;
여턴, 페북이 왜 유명해 졌는지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안될 만큼 페북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조용히 내 얘기 하고 싶은데, 친구들 소식이 바로바로 내 계정이 올라와서 그걸 들여다 보느라 시간 낭비 하기도 싫고, 내가 어떤 특정 페이지 방문해서 like it 이라도 누르면 페북 친구들이 다 알아보는것도 싫고...
아무 관심도 없는 특정회사 페이스북 이벤트에 응모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친구가 갑자기 나를 태그하고, 나에게 '좋아요' 요청을 하는 것도 좀 웃기고...
이거 완전 일거수 일투족을 누군가 빤히 지켜 보는 아주 불편한 느낌.
SNS 에 환장하는 사람일 수록 "진짜"에 서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진짜 인간관계는 페북을 하지 않는다. 내 진짜 인간관계는 내가 사진을 올리면 "이쁘게 나왔다" "보고싶다" "어떻게 지내니" 이렇게 인터넷에서 답글을 다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것도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내 수준의 상식이지만) 친구가 수백명 수천명인게 말이 됨?
내 진짜 인간관계는 카톡으로 진짜 안부를 주고 받고, 전화를 하고, 만나서 밥먹고 수다떨고, 질투와 부러움의 감정없이 진짜 그 친구의 앞날을 축복해 줄 수 있는 그런 관계이다.
브런치 계정은 내가 누구인지 알리지 않고, (뭐 글을 통해서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구독자가 파악을 할 수는 있지만) 어떤 광고 이벤트 포스팅 없이 글을 위한 공간이라 좋다.
미니홈피 초창기에 일기나 게시판에 허세글을 썼던것도 나를 아는 나의 일촌들이 보기 때문이었지만, 적어도 나의 지인이 나의 브런치를 구독할 리는 없기 때문에 솔직해 질 수 있음이 아주 자유롭다.
조용히 내 글 쓰고 누가 읽어주면 감사하고, 안읽어도 내가 일기처럼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음에 만족하고,
그리고 일하고, 책읽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먹는데 시간을 나눠써야지 매번 휴대폰 들고 SNS 체크하고 좋아요 누르고, comment 달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awesome, great 이렇게 사진에 답글 달면서 하루를 보낼 수는 없는법.
브런치 컨셉에 새삼스럽게 고마운 오늘이다.
오늘은 출근 안하는 날.
아파트 거실에서 이렇게 커피 한잔 큰 머그에 갖다놓고, 속을 파내다 만 호박 쳐다 보면서, 거실 탁자 위에 읽어야하는 잡지 몇권 펼쳐놓고 글쓰는 지금 이순간이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