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이야기

by Honkoni

여행을 가장 여행답게 하는 법은...

예상했던 호텔에 묵고, 예상했던 풍경을 보고, 계획했던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행운과 불편함을 여행지에서 겪고 일상에서 돌아왔을 때 내가 더 뭐 성장..........까지는 아니고 나의 프레임이 조금은 더 확장 되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갑자기 떠난 포르투 여행... 약 4년전 유럽에서 1년 이상 살면서 여기저기 많이 가봤었지만 어쩐지 좀 낙후되어 있는 포르투칼은 그닥 구미가 땡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저렴이 티켓을 발견하고 급하게 찾아간 포르투 여행...

아무 계획 없이 홀로 훌쩍~ 떠났다가 현지에서 가이드를 구해서 가이드 투어도 좀 하고 평소라면 거들떠 보지 않았을 유람선 투어, 버스투어, 와이너리 투어 등을 하면서 잊지 못할 체험을 좀 했다. 근데 그렇게 무얼 하고 무얼 먹고 무얼 보고 이건 나에게 그다지 잊지 못할 자극을 주진 않았다.

거기서 친구를 사귄 것도 아니고, 여행자가 할 수 있는 말이란 "이거 얼마에요?" 외에는 사실 할 말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유독 기억에 남는 건 포르투칼의 아쥴레주 장식도, 문어요리도 (맛 없었음) 아니고 그냥 그들의 여유였다. 신호등 무시하고 건너도 무조건 행인 위주로 클락션 없이 멈춰서는 운전자들의 여유와 청명한 하늘, 홍대에 집중되어 있는게 아니라 어디든 널려있는 버스킹 공연 (그것도 나이든 사람들이 더 많았다)....


기대했던 호텔은 기대대비 못 미쳤고 음식역시 "와 ~ 역시 존맛" 이건 없었다. 그러나 하루종일 발길 걷는대로 걸었고, 걷다 다리가 아프면 아무 카페나 들어가서 커피 마시고 그림 보고, 바다보고, 사지도 않은 관광상품을 계속 만지작 거리다가 호텔에 오는 식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는데... 그때 포르투의 그 풍경이 그 여유로운 사람들의 표정이, 그 걸음걸이가 지금까지 계속 남아있는 거였다.


유럽에서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유럽 특유의 여유로움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포르투에서 최고의 빛을 발했다.

점점 나이들수록 아...유럽에서 멀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멀고, 매년 갈 체력도 나지 않고 20대만큼 유럽에 매력을 느끼지도 못한다. 아, 이래서 배낭여행은 대학생 때 하는 거구나 싶었는데...


꽤 오래 살았던 더블린과 뮌헨을 사실 다시 가기는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포르투는 죽기 전에 다시 한번쯤은 더 찾고 싶은 곳이 된 것이다.

낙후된 유럽, 한 때 세계를 재패했던 포르투갈...그러나 몰락한 유럽 국가, 변방의 어느 나라에서 삶의 여유로움과 가장 인간적인 호의를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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