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한 가정 아이들)
좋은 기회가 있어서 학생들 취업 상담을 하고 왔다. 이십대 초중반 아이들의 취업상담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고, (삼십대 후반의 언니, 누나가 보기엔 진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이) 취업상담에서 인생상담으로 대화의 흐름이 이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저 취업하고 싶은데 잘하는 게 없고 꿈이 없어요, 하고 싶은 분야요? 아무거나 사무직이요" 라고 영혼없이 대답하는 대학교 4학년 취준생을 지방대일수록 더욱 많이 보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나는 자기소개서를 이렇게 써라, 영어점수 있냐고 묻기 전에 그럼 하고 싶은게 뭐냐, 무얼 좋아하냐는 원초적인 질문부터 던지는데...그러다 보면 본인이 살았던 불우했던 가정사를 털어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중에 애정결핍 및 불안장애가 있는 한 남자아이와 취업 외에 이런저런 사담을 나누었다.
내가 느낀 결론은....
모든 이혼 가정의 아이들이 문제아가 되는 것도 아니고...이혼가정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잘못을 해도 부부가 했지 그런 부모를 선택한 게 아이들 탓이 아니듯 아이들 잘못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양육 부모들이 그 이혼에 대한 감정 쓰레기를 애한테 털어놓으며 아이의 정신을 곪게 하는것 처럼 보인다.
그 남학생은 단호했다.
" 연락 안되는 아빠보다 엄마가 저한테 니 아빠 어쩌고 저쩌고 털어놓으면서 하소연 하는 엄마가 더 싫어요. 전 그래서 여자친구가 조금만 엄마처럼 징징대는 모습 보이면 바로 헤어져요. 엄마같은 여자...싫거든요... 아빠? 제가 손절했는데... 그냥 연락 안하고 살고 싶은데 연락 오는게 더 싫구요...연락 오면 더 짜증나서 심장이 뛰어요"
뭐 이런 저런 얘기를 들으며 참 내가 꼰대처럼 인생 어떻게 살아라 말을 해줄 수도 없고...나도 정답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뭐가 됐든 "니 탓이 아니야" 이 말 외엔 더 해줄 게 없었다.
굳이 이혼가정에서 자란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부모의 "내가 너때매 이혼 안하고 살았다" "내가 널 어찌 키웠는데" 라는 말로 자녀의 정신을 옥죄는 것만큼 자식한테 못할 짓 하는 것도 없는것 같다. 불행하게 살거면 자식 핑계 대는게 아니라 이혼하고 행복한 엄마, 혹은 아빠의 모습으로 사는게 아이들 정서에 훨씬 좋았을 것이다. 자식은 핑계고 사실은 본인 스스로가 이혼녀 혹은 이혼남 소리가 듣기 싫었거나 경제적인 이유때문에 선뜻 하지 못했으면서 그 본심은 숨기고 자식탓....이러니 애들이 바르게 클 수가 있나..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애들이 아닌데 부부의 잘못으로 이혼을 하게 됐으면 "자녀를 봐서라도" 적당한 선에서 이혼을 잘 마무리 하는게 맞다.
감정이 곪을대로 곪아서 이혼하면서 애들이 상처안받고 잘 클거라는 기대를 하질 말든가... 양육하는 입장에서는 적어도 비양육자가 양육자에 대한 치 떨리는 감정으로 자식의 인연마저 놓아버리는 그런 짓을 하게끔은 안만들어야지...(즉 적당히 돈돈 거리라는 얘기..그깟 돈 이제 끝인 상대방에게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면서 상대방을 벼랑 끝으로 보내지 말고... 나가서 벌면 된다..)
자식도 키워야 자식이고 자주 봐야 자식인데... 악다구니를 쓰는 전처, 전남편을 보면서 그래도 자식은 봐야지...라고 생각하는 비양육자가 몇이나 될까... 싶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나는 아무 문제없다고? 착실히 돈 벌어오는 가장이었다고? 아니면 조강지처였다고? 노노- 상대방을 탓하지 말길... 명백히 서로의 문제였다.
그리고 이혼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절대적으로 부부의 이혼은 자식들의 잘못이 아니고, 그저 초년시절의 불운을 겪었을 뿐이라고...생각하면서 강해졌으면 좋겠다. 부모복이 없는 만큼 다른곳에서 더 많은 복을 챙기며 살아가게 되길...
인생의 많은 문제는 "남 탓" 하지 않고 "내가 이렇게 된 건 너때문이야" 라는 생각만 줄여도 정말 많이 해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