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를 빨리빨리 떼는 습관

내가 안 하면 누군가가 해야 할 일

by Honkoni

오늘은 함께 살고 있는 플랫 메이트 얘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간단히 예를 들어 보면 휘닉스 파크 같은 리조트 타운에서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아래는 회사에서 제공해준 사택이며 전기세, 물세 등의 각종 공과금이 면제된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큰 2층짜리 집에 프랑스 매니저 1명, 그리고 아이리쉬 여자인 IT developer 1명이랑 같이 산다. 물론 같이 일하고 같이 살면서 당연히 귀찮고 불편할 거 라는걸 예상했었다.

아무리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같이 붙어 있는 환경 때문이다 라고 생각을 하려고 해도 아이리쉬 A는 이모저모 문제가 많다.

일주일에 한 번씩 요일을 정해서 늘 같이 대청소를 한다. (해야 한다) 처음에는 내가 거실 청소 (hoovering and mopping)을 맡았고, 프랑스 B가 부엌, 그리고 A가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기로 했으나 그녀는 화장실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았다.

아니 화장실 청소한답시고 변기통에 대충 세제 뿌리고 물 내리는 3초가 무슨 청소야!

청소 뜻 모르니? 안 할 때는 안 하더라도 할 때는 제대로 티가 나게 해야(우리 엄마 말) 쟤는 한다면 하는구나 하고 믿고 맡기지.

실실~ 대충 3초 만에 끝내느라 얘가 청소 후에 화장실 가서 변기에 앉으려고 보면 군데군데 찌든 때, 심지어 생리 핏자국의 흔적까지 고대로 있는 바람에 내가 다시 박박 닦고 볼일을 보곤 했다.

한번 슬쩍 말을 꺼내 봤다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너 왜 나한테 불만을 가져?"라는 식의 득달같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통해 일단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넘겼다. 왜냐면 더 이상 말했다간 또 불같은 성격에 대판 싸울 것 같았으므로. 다만 2주 전부터 이제 네가 거실을 청소해. 내가 화장실을 할게 라며 역할을 바꾸었다. 역시 거실은 안 깨끗하나.... 화장실 더러운 게 더 참을 수 없는 나는 꾸욱 그려려니 한다.

뭐 문제는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 프랑스 여자애 B도 A는 멘탈 이슈가 있는 거 같다고 하고, 잠깐 머물다가 스웨덴으로 돌아간 contents crafter C 역시 A를 두고 자존감이 없어서 그런가 너무 매사가 부정적이라고 했던 거 같다.


그. 렇. 다.


그녀는 좀 이상하다.

엄마 말에 따르면 엉덩이를 빨리빨리 떼라고 했다. 남이 하겠지~ 내가 안 하면 누군가 하겠지~ 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살면, 옆에 있는 사람들한테 미움 받는 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이후로 나는 싫어도 해야 할 건 하는 편인데, 이 A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한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본인이 대단히 뭔가를 한다고 생각하는 거 보면 자존감이고 뭐고 간에 self-awareness 가 많이 떨어지는 친구.

쓰레기통이 꽉 찰 때까지 절대 먼저 비우는 법이 없고, 식기세척기에 그릇이 차 있어도 절대 서랍으로 옮기지 않다가 누군가가 옮기고 나면 그때서야 살금살금 기어 나온다.

쓰레기통 정리하는 법 없고, B와 내가 번갈아 가면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도 멀뚱히 바라만 본다거나 다음에 내가 할게. 이런 식으로 말만 하는 스타일?

뭔가 share 하는 법도 절대 없고, 의심이 많아서 그런가 본인이 집에서 갖고 온, 그래서 본인만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프라이팬도 절대 키친에 두지 않고 따로 세척해서 본인 방 안에 갖다 놓는 스타일이다.


이게 굉장히 사소한 거 같아도 같이 살면 이런 사소한 쫌스러움, 그리고 사소한 이기주의가 아주 사람을 제대로 짜증 나게 만드는 것 같다.

지난번에는 프랑스 애가 나에게 너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 쟤랑 어떻게 지내지? 이런 적이 있는데 정말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가는;; 조금도 같이 있고 싶지 않은?

한국으로 돌아가도 전혀 따로 연락할 것 같지 않다.

엄마가 좀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진짜 가정 환경의 문제인 건지... 참 어쩔 때는 불쌍하기도 하면서도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타입.

언젠가 한 번은 밥을 먹는데 본인은 친구가 없다고 투덜댄 적이 있다. 스코틀랜드 친구도, 아일랜드 친구도 없다며, 내가 연락해도 그들이 답장하지 않는다며...... 물론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보다 남의 말에 흔들리는 것보다 자존감을 지키는 건 중요하지만 그녀는 정말 그녀가 어떤지 왜 사람들이 가까이 안 하는 지를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우면서도 좀 한심하다.

모두가 문제 있다고 하면, 특히나 사람들의 지적이 그녀의 인성과 이기심을 지적한다면 한번 본인을 돌이켜 봐야겠지.

내가 뭐가 문제인 건지.

아주 치사해서 그러려니 하고 묻어두려고 했던 문제,


너무 부정적이고, 너무 의심 많고, 그러면서 공동체 생활에서 가장 부적합한 "남이 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마인드" 가 그녀를 외롭게 만들었겠지.

내가 안 하면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인 거고, 묵묵히 해내던 그 누군가는 결국 다시는 그녀를 찾지 않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하고 싶은거 하th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