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니까
"동상이몽"이라는 프로그램.
한국에 있었으면 매주 빠지지 않고 시청했을 것 같은 프로그램인데 (아 이런 소통 불능 시대에 소통을 목표로 하는 방송 너무 좋아) 아일랜드에 있는 관계로 그동안 한두 번 봤나? 그리고 어제도 실시간 TV로 보았다.
뭐 가슴 뭉클했던 거야 두말할 것도 없고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
할머니 나이가 61 세면 우리 엄마보다 한 살 더 많은 건데, 그래 형편이 어려워서 전혀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마음만 먹었으면 한글 정도는 뗄 수 있지 않았을까? 꼭 이렇게 60년을 까막눈으로 살았어야만 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비난이 아닌 정말 안타까운 마음.
물론 개천에서 용 안나는 시절이 된 지 오래. 인도에만 있는 줄 알았던 카스트 제도가 이미 한국에도 자리 잡은 지 오래라고 하지만, 그 손녀딸이 또 대학 진학을 못한 채 하루에 12시간씩 2교대로 일하며 과자 공장에서 일한다고 하니 또 한번 무너지는 마음.
잘난 부모 밑에 잘난 애들이 태어나고, 또 그런 애들이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걱정 없이 자라고, 성격마저 비뚤어 지지 않은, 밝게 밝게, 이쁘게 이쁘게, 공부를 더하고 싶으면 걱정 없이 외국 가서 공부하고 학위 받아 오고, 또 잘 취업하고, 또 비슷한 애들끼리 결혼해서 또 잘 먹고 잘 사는, 이런 빈부 격차가 대를 이어서 세습해 오는걸 '그나마'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공부다.
결국 손녀딸도 그렇고 그런 인생을 살까 봐 너무 안타깝다. 못배우고, 힘들게 몸 혹사 시키면서 일하고, 비슷한 사람 만나서 비슷하게 살다가 또 병걸리고, 돈 없고, 그러다가 그저 저무는 인생.
타인이 어떻게 사는 거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제 3자인 내가 이렇게 바라보는 거 자체가 '너나 잘하세요'의 비난을 들을 수 있는 문제라고 계속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동상이몽을 보는 내내 너무 슬퍼졌다.
왜 누구는 잘 태어나고, 잘 살고, 잘 죽고, 왜 어떤 사람은 못생기고, 가난하고, 인기도 없고, 한평생 고생만 하다가 고생스럽게 죽게 되는 것인지......
인과응보 사필귀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너무 불공평하고 불리한 게임의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아일랜드에 본격적으로 춥고 비 오고 바람부는 우울증 부르기 딱 좋은 날씨가 찾아와서 그런가 동상이몽을 보는 내내 가슴이 계속 메여왔다.
꼭 잘 돼서 꼭 남을 돕고 살고 싶다.
모두가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아야 좋은 세상이니까.
난 돈 암만 많이 벌어도 뭐 빌딩사고, 투자하는거에 관심없다. 그냥 하루 세끼 좋은걸로 잘 먹고, 나 혼자 사는데 아무 문제 없는, 철마다 이사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집 한채 있으면 난 정말 배고픈 아이들과 아프고 병든 노인들을 위해서 발벗고 나서서 운동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
가슴이 메여오자 목구멍이 따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