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아일랜드 우체국 직원

생각지도 않았던 친절에 눈물이 방울방울

by Honkoni

슬슬 짐을 싸야 한다.


1년 동안 외국 살림살이 많다면 또 엄청 많게 느껴지겠지만 그동안 옷 한 벌 사지 않았고, 그나마 갖고 있는 옷도 많이 버렸다. 버리지 않고선 더블린에서 코크까지 짐을 들쳐 메고 이동한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했으니까.

여담이지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해외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에게 이민가방 진짜 비추 한다. 진짜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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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많이 들어가면 뭐해. 가동성이 떨어지는데. 내 허리춤까지 오는 가방이 바퀴 4개~6개가 지탱하지 못할뿐더러 30킬로가 넘는 짐을 오른손에, 그리고 기내용 캐리어를 왼손에, 거기다가 백팩까지 등에 메고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다.

차라리 튼튼하고 비싼 대용량 커리어를 오른손에 움켜쥐는 게 훨씬 움직이기 편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짐을 바리바리 싸서 더블린으로 움직일걸 생각하면 등에서 땀나는 상황. 또 현재 살고 있는 리조트 타운에서 코크 역까지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지? 거리로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려서 택시를 타자니 파산할 것 같고, 도와줄 사람도 없는데 (동료들은 다 출근해야 함) 버스 정류장까지 어떻게 가지?라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스트레스 가득이다.

따라서 짐을 줄이고 줄이고 있다. 쓸데없는 거 절대 안사고, 너덜너덜 해진 옷도 입을 때 까지 입다가 마지막으로 짐 싸는 날 쓰레기통에 가뿐히 다 버리고 나올 예정?

암스테르담을 여행하면서 엄마한테 보낼 치즈랑, 튤립 종자를 좀 샀다. 그리고 여기서 잘 읽던 공지영 책, 그리고 Heal Your Life라는 책 외 1권, 그리고 아끼던 인사이드 아웃의 긍정이 인형 등등은 한국으로 보낼 예정으로 오늘 근무시간 중에 우체국에 갔다.


이 전날 우체국에 가서 우체국용 박스를 산 다음에 주섬주섬 집에서 물건을 챙겨와 다 담은 상태, 다만 박스 테이프 구입을 하지 못하여 우체국에서 부칠 생각이었다.

뭐, 워낙 아일랜드 -> 한국의 국제 택배 가격이 비싸니까 에혀~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뭐라는 생각으로 반쯤 포기하고 무게를 재는데, 무게를 재고 있는 우체국 직원에게, 나 박스용 테이프가 없는데 그것 좀 빌려줄래요?라고 물어봤다.

아줌마는 나에게 200g 정도만 더 빼면 19유로에 보낼 수 있는데 지금 이대로 보내면 40유로가 넘으니 짐을 좀 줄여보자면서 냅다 가위로 박스를 자르기 시작했다 테이프로 붙이면 되니까 쓸데없이 이중포장되어 있는 박스는 줄이자고.

그러면서 가장 무거워 보이는 책을 빼서 나에게 건넸다. 냉큼 책을 받아서 아줌마를 멀뚱히 보고 있자니 갑자기 너무 고마운 거지.


나는 뭐 비쌀 거 각오하고 그냥저냥 포장이나 해서 한국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내 앞에서 이리저리 박스를 자르고 포장까지 완벽하게 해주면서 무게를 줄이고 있는 그녀를 보니까 그녀의 extra effort 가 고마웠다.

그래, 뭐 누더기 옷을 더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 책 두 권은 그냥 갖고 더블린 공항으로 이동하자 싶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나 관공서 직원들은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고 표정이 굳어 있는데 매우 친절한 아주머니를 보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을 받았다고나 해야 할까.

슬슬 갈무리 할 때가 되었다. (약 보름 남음)

보낼거 보냈으니 (보낸것도 얼마나 소소한건지) 여기 있는 짐들 줄일거 줄이고, 안전히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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