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상이 시작되다_ Brand New Me
8월 20일.
혹독한 겨울과 봄, 여름의 끝자락을 보낸 더블린을 떠나고 앞으로 수개월을 더 살게 될 코크로 향했다.
오래 살게 될수록 짐을 계속 단출하게 줄여 나겠기 때문에 떠나 올 때 무게를 초과할까 노심초사했던 이민가방은 한손으로도 들 수 있을 만큼 많이 무겁지 않았다.
옷도 입던 옷만 세탁해서 계속 입게 되고,
미리 예약해둔 기차를 타고 3시간에 걸쳐 남동쪽으로 내려오면서 이렇게 또 다른 문이 열리는 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 작은 타운, 이곳에 내가 일할 회사가 있었다. 바로 고캄비오닷컴.
2015년 3월, 공유경제 (SharingEconomy)의 바람을 타고, 아일랜드에서 Gocambio라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 회사이다.
공유경제란 하버드대의 로렌스 레식 교수가 2008년 처음 사용한 말로 "소유가 아닌 빌려 쓰는 경제활동"을 뜻하는 말로 많은 경제기사를 통해 21세기의 키워드 경제용어로 공유경제를 꼽고 있다. 비슷한 공유경제 모델로, 에어비앤비, 카우치서핑, 블라블라카 등을 들 수 있으며 모두에게 익숙한 용어는 아닐 수 있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Gocambio 의 운영방법>
회사는 개인 투자자와 아일랜드 정부 펀딩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따라서 회사가 내는 수입은 0원이었다. 창업한지 5개월 조금 넘는 회사지만 분위기 만큼은 can-do spirit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리 7년간의 multi-national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해도 한 공간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베네수엘라, 일본, UK, 아일랜드, 호주, 그리고 한국인인 나까지 포함해서 약 서른 명의 동료들로 가득했다.
에어비앤비와 카우치서핑 같이 주거공간을 빌려주는 개념에서 한걸은 더 나아간, 재능교환의 콘셉트로 이루어지는 고캄비오는 주거공간을 빌려준다기 보다, 주인과 게스트가 함께 지내면서 언어를 배우고, 공짜로 숙식하면서 궁극적으로 게스트가 본국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잊지 못할 글로벌 친구를 만드는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콘셉트가 맘에 들어 지원한 회사에서 비자가 만료될 때까지 일할 예정이었다.
다들 대학, 혹은 대학원을 갓 졸업하고 이 창업회사에 한마음 한뜻으로 모였기 때문에 내 나이가 가장 많았다.
확실히 유럽애들의 사회진출이 빨랐다.
1. 졸업이 무서워서 2. 군대 때문에. 3. 스펙을 쌓느라 휴학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우리와는 달랐다. 특히 남자의 경우에는 군대와 갖가지 사회 경험 때문에 이십 대 후반이 되어서야 사회로 나오는 반면 이쪽애들은 23-24살에 석사과정을 끝냈거나 박사를 생각하는 애들을 보면서 많이 부럽기도 했다.
사회경험을 확실히 빨리할수록 좋은 법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상처입고, 거기서 다시 배우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려면 실천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삶은 이게 아닌데'라면서 불평만 하고 가만히 있는 게 가장 멍청한 짓이었다.
내가 무엇을 진정 원하는지 잘 모를 때 제일 현명한 방법은 싫어하는 일을 하나 둘씩 제거시켜 나가는 거다.
자, 이제 12월까지 한국에서 일해 볼만큼 일해보고, '아 더 이상 못 살겠다' 라며 단순히 한국이 싫어서 떠나온 삼십 대 전직 직장인의 팔팔한 유럽애들과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얘기가 펼쳐질 가감 없이 펼쳐질 예정이다.
모두들 기대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