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수족 냉증이 심한 나는, 제 아무리 더워봐야 겨울의 추위보다는 불쾌지수 가득한 여름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작년은 유독 비가 많이 와서 별로 더운 여름도 아니었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이고, 습도가 높아서 에어컨이야 있으면 안 틀 수 없었겠지만....실로 나는 틀지 않았다.
걍 뭐 서큘레이터로 버틸만 했다고나 할까. 워낙 에어컨의 온도가 확- 떨어지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여름은 더워야 맛이다 라는 생각도 한 몫 했다.
그런데 올 여름, 정말 2-3주 전부터 더워도 너무 덥다. 대체로 문 열어놓고 써큐레이터를 24시간 돌리자 주의 였지만 이제는 에어컨으로 방의 온도를 떨어뜨리진 않고선 잠을 잘 수가 없다. 목 뒤에 땀이 흐르는 느낌, 허벅지 뒤가 땀으로 축축 젖어드는 불쾌한 느낌으로 잠을 자도 잔것 같지 않고, 샤워를 해도 그 청량감을 5분을 넘기지 못하니까. 매일 같이 에어컨을 거의 풀 가동하고 산다. 외출할 때마다 숨이 턱하니 막히고 살이 타들어 갈것 같은 찜통 더위에 헉-하고 놀란다.
그러다가 문득 살고 있는 오피스텔 바로 옆에 또 하나의 오피스텔이 지어지고 있는 건축 현장을 창밖으로 바라보게 됐다. 건축 면적을 어케 뽑았는지 모르지만 내가 살고 있는 라인 바로 옆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건물을 올리고 있다.
몇주 전까지 건축 소음으로 시끄럽게만 생각하다가 건물이 점점 위로 올라오는 걸 보며 공사 인부들을 쳐다보게 됐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공사소음 뿐 아니라 그들의 말소리도 들린다. 한국어 반, 외국인 노동자들의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 반...
이 땡볕에서 시멘트를 밟으며 일하는 그들은 얼마나 힘들까- 아이고, 더운데 고생하십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 기분 좋게 살랑이는 에어컨을 껐다.
내가 다시 집안에서 더운 선풍기 바람을 쐰다고 그들에게 찬 바람이 가는 건 아니지만... 눈이 마주친 이상 뭔가 나만 시원해지지는 못하겠다. 뭔가 자꾸 미안한 마음이다. 서울역을 지나갈때 누워있는, 혼자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노숙자를 볼때 들었던 마음... 괜히 미안한 마음.... 폐지 줍는 노인을 볼때, 폐지를 가득 담은 채 무거운 리어카를 갸냘픈 몸으로 끄는 노인을 볼 때 갑자기 솟구친 나혼자 그들 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죄책감...
어차피 모두다 부자로 잘 살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노인, 어린이, 외노자 등 세상의 약자들이 등따시고 배부르지 못한 상황을 직면하는 그 순간은....참 마음이 안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