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집이 더 좋은 것.
1년을 여행하는 것처럼 살았다.
단순히 영어만 배운 게 아니라 그림 같은 집 같은 집에서 일까지 하면서 살았지만 여전히 삶을 산다라는 생각은 못하고 여행하는 것만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두 달에 한 번쯤은 유럽의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하면서 살았다.
여행은 아름다운 곳이지만 돌아갈 곳이 없었다면 아름답기는커녕 '언제까지 이렇게 떠돌아야만 하는 거야' 하면서 불안했을 것이다.
1년을 설마 '아 행복해~'만 외치면서 지냈을까. 결코 아니었다. 도착해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동안, 올 4월까지 나는 잘한 선택이었다 보다는 후회가 더 많았다.
야금야금 저축한 금액을 쓴다는 불안함,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에 대한 막연함, 시간만 죽치고 있다는 자기비하 등등이 반복되는 나날들 이었다. 떠나기 몇 달 전부터 갑자기 내 인생에 재밌는 일이 빵빵 터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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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안돼. 미래가 깜깜해. 앞이 안 보여. 이렇게 재미없게 살다가 죽을 순 없어하고 떠나왔지만 또 막상 떠나 보니 한국만 한 나라가 없다.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살아야지 암암.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예측할 수 있다. 한국 가서 몇 주만 있다 보면 그 남들의 시선, 남들의 평가, 남들과 항상 비교당하면서 다시 또 어떤 유토피아를 꿈꾸게 될지도

다행인 건,
나만의 comfort zone을 벗어나서 33살을 온전하게 삶을 살아 냄으로 인해서 그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그게 가장 큰 수확이다. 에펠탑을 보고, 런던의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관광명소는 TV 다큐나 여행 블로그를 통해서 보는 게 최고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 사람인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19살, 20살 무렵에 알았더라면 내 인생이 바뀔만한 해답을 34살을 앞두고 찾았다.
덕분에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 나는 좀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현재 내가 백수이며, 나에게 맞는 일을 찾고 있으나 9 to 6로 일하는, 남들이 소위 말하는 "노멀 한 직업" 은 아니라고 얼굴 붉히지 않고 말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렇게
여행은 좋은 것이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나는 자꾸 이사 가지 않아도 되는 나의 "집"이 얼마나 소중한 지도 알게 되었다.
여행은 좋은 것, 그리고 집은 더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