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2 때 만나서 마흔 살 봄까지 이어온 친구였다. 나는 나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각자의 커리어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사실 어떤 커리어를 이루었다고 하기엔 나는 크고 작은 흥망성쇠를 겪는 중이었고, 그녀는 무난한 공무원으로 그녀의 인생은 부침 없는 순항 중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는 시선에서 우리 사이에는 그 어떤 질투나 부러움, 비교할 만한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진 않았다. 아니지,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난 폭풍우가 몰아치는 내 인생을 항해하는 항해사였고, 가끔 해가 뜰 때 만끽하는 인생의 달달함과 행복에 나름 취해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난 M의 평탄한 인생은 인생대로 리스펙을 하고, 그녀의 무던한 성격에 탄복을 하는 쪽이었다. 예민하고 까칠하고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예민한 나와 달리 그녀는 뭔가 다 '그러려니' 생각하는 쪽이었으니 그 무난한 성격에 이따금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십 대 시절의 친구가 이삼십 대를 지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질 계기가 우리에게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둘 다 아무도 결혼하지 않았고(못했고) 동갑내기로서는 유일한 친구였기에 더욱 서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나는 워낙 사람을 까다롭게 사귀는 편이고, 내 인생의 바운더리가 좁디좁아 아무나 들이지 않는다지만 M이 사적으로 챙기는 사람이 극히 드문 이유, 그녀에게도 역시 동갑내기 친구가 나 하나였다는 사실이 좀 의문이기는 하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나에게 M은 그렇게 특별한 친구였다. 그리고 우리는 뭐라고 딱히 꼬집을 만한 사건 사고 없이, 그러나 명백히 2022년 3월, 막 봄을 느낄 수 있었던 반포 한강공원을 끝으로 서로를 포기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철저히 내 입장에서 쓴 오래된 우정의 끝남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렇게 글로 남기지 조차 않으면 내가 그동안 한 사람에게 썼던 마음과 에너지가 그대로 증발될 것만 같다는 생각에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 때까지 기다린 후,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