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11시, 전날 늦게까지 이어진 회식으로 새벽 두 시가 다 되어야 집에 도착한 나는 씻지도 않은 채 잠을 자다가 정완의 전화로 잠에서 깼다.
“아직 자? 벌써 곧 있으면 점심 먹을 시간이야~~~ 아직도 자고 있으면 어떡해!”
“으응... 우리 팀 어제 또 회식이었어. 술 다 받아 마시느라 지금도 머리가 윙윙 거려. 좀 더 자야 할 것 같아. 이따가 내가 다시 연락할게. 끊어."
"끊지 마, 자기야! 자기야! 날도 좋은데..."
톡, 하고 휴대폰 종료 버튼을 눌렀다. 나는 신경질 적으로 배터리까지 빼놓고 다시 잠을 청했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시간이 벌써 2시를 향하고 있었다. 숙취 인 건지 허기 때문인 건지 갑자기 식욕이 동했고 라면에 콩나물을 한소쿰 넣어 끓여 먹었다. 그제야 속이 좀 풀리는 느낌 이었다. 배가 부르자 뒤늦게 정완의 생각이 났다. 전화를 걸었으나 신호음만 20초 이상 듣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카톡 메시지를 남겼다.
"뭐해? 나는 이제 완전히 정신 차렸어. 내일 보는 거지? 이따 연락해~~"
나는 배를 두드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고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몸을 구석구석 훑어보았다. 얼굴은 퀭~하고 피부는 푸석푸석하고 가슴보다 배가 더 튀어나와 늘어졌으며 옆구리, 등 모두 살이 출렁했다. 배꼽 근처에 빨갛게 팬티 끈 자국이 피어올랐다. 4년 전보다 8kg이 훌쩍 더 불어난 몸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복부 주위, 옆구리가 제일 심각했다. 완연한 봄, 옷은 자꾸만 얇아지는데 몸은 무심히도 두꺼워져 갔다. 다이어트 결심을 할때마다 음식조절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퇴근 후 매일같이 운동하고
4년 전의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회사에 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니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덕분에 6개월 동안 살이 급속도로 빠졌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제대로 먹지를 못했고, 무섭게 체중계의 눈금이 아래로 떨어졌다. 사춘기 때부터 내내 통통했던 몸이 처음으로 날씬했을 때였으니 취업 낙방으로 우울하면서도 점점 날씬해지는 몸을 바라볼 때 만큼은 행복했다. 주머니가 가벼워 옷 한 벌 제대로 살 수 없었지만 백화점 돌아다니며 옷 구경을 하고, 마음껏 제일 작은 사이즈 옷을 입어 볼 수 있었으니까. 가장 작은 사이즈 스커트를 입어도 넉넉하게 남는 치마품 때문에 매장 직원들이 '너무 날씬하셔서 H라인 스커트는 너무 골반이 빈약해 보이시네요' 하는 말들을 훈장으로 알아 들었다.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몸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화장실 세면대에 곰팡이 생기듯 나도 모르는 사이 살이 야금야금 쪄서 이미 누가 봐도 전형적인 아줌마 몸매가 되어 있었다. 얼굴을 살펴봤다. 턱에 살이 붙어서 인상이 좀 더 세 보였다. 샤워볼에 거품을 내고 몸을 구석구석 닦으면서 생각했다. 살면서 2만 번쯤은 했을 것 같은 '다이어트 결심'을 또다시 했다.
'나도 하루에 두 끼만 먹어야지, 군것질은 입에도 안 대고, 6시 이후로는 굶어야지, 퇴근 이후는 도저히 시간이 안 나니까, 출근 전 아침에 40분만 더 일찍 일어나서 동네를 한 바퀴 뛰어야지'
그러나 쉽지가 않았다. 하루 두 끼만 먹어야지 하는 결심은 3일 이상 버티기 어려웠고, 옆자리 동료가 권하는 과자를 거부하다가 하나를 받아먹는 순간 자책감과 함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 자리에서 과자 몇 봉지를 해치웠다. 스무 살 시절 10개월 이상 지속됐던 거식증 폭식증 증세가 9년 만에 재발된 것이었다. 끊임없이 먹으면서도 머릿속으로 칼로리를 계산하는 등, 다이어트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그나마 3년째 아무런 잔소리 안 하고 살이 찌는 내 모습을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은 남자친구밖에 없는 듯했다.
샤워 후 편안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에서 스트레칭도 하고, 하체 근력 키우기에 좋다는 스쿼트도 20번쯤 했다. 연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