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타이밍에 대하여

by Honkoni

꽃청춘을 보다가 류준열과 박보검의 사막 위 대화가 자꾸 생각이 났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화면에는 류준열이 자조적으로 웃으며 박보검에게

"내가 이제 돈을 벌잖아. 아버지에게 뭐하고 싶냐고 여쭸더니...빚갚고 싶다는 거야. 집에나 차 이런거 갖고 싶은게 아니라 빚이 갚고 싶으시대..."

뭐 이러면서 류준열도 울먹, 박보검도 울먹. 아마 그 장면을 바라보는 시청자도 저마다 다른 이유로 울먹 했으리라.

그리고 며칠 후 몇년 전 박보검의 연대보증으로 파산신청 했던 얘기가 한동안 실검에 올랐었다. '참 기자들 할 일 더럽게 없구나' 싶은 마음에 내용을 클릭해서 보지는 않았었다.

그러다가 문득,

류준열과 박보검 같이, 그리고 비슷하게 드라마나 예능 하나가 터져서 갑자기 인생이 바뀌어 버리는 수많은 연예인들을 바라보면서, 저들은 저렇게 될 운명이었을까? 이런 답도 없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한 평생을 강원도의 전기만 간신히 들오는 산골에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노인들.

지방에서 태어나서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대학가고, 또 적당히 그 지역에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

그리고 작품 하나로 인생이 뒤바뀌는 연예인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부침을 겪지 않고 쭈욱 top의 자리를 유지하는 연예인들 (고소영, 김희선, 빅뱅 외에 셀수도 없는 연예인..)


물론 열심히 기본기를 닦았기에 기회를 잘 만나서 활짝 꽃피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 인생을 결정짓는 굵직굵직한 일들은 노력과 무관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 볼 만 한 것 같고, 또 그래서 인생이 너무 덧없다.

한동안 아빠가 나에게 그랬다.

[아무나 작가 되겠냐. 니가 뭘 글을 쓰겠냐. 작가가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물론 다 맞는 말씀. 아무나 작가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 뭐 입증해 놓은게 없으니 네가 뭘 글을 쓰겠냐 라는 말에 자신있게 받아칠 수도 없다. 더군다나 이렇게 공모전에 족족 떨어지는 요즘, 아빠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한다. 다만, 그래도 내 인생이 이렇게 무너질리 없다며 죽도 밥도 안될리 없다며 아직까지는 계속 써보는 중일 뿐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빠가 나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작가가 되든, 뭐가 되든 그래도 맘대로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아. 아빠가 살아보니까 사는거 별거 없이 다 그냥 허무해. 하고 픈거 하면서 살아야지]


그런 의미로 예술가, 스포츠인, 연예인들은 현재 잘나가든 무명이든 간에 축복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건 찾았고, 그 길로 들어선 사람들이니까. 이제는 [잘 되는 일]만 남은 상태이니까. 운과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서 이제는 잘 되면 되겠지.


나도 지금까지는 후회없는 인생이다. 결국 순간에 내린 내 최선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놓은 거 일테니까. 학창시절에 공부좀 열심히 할걸,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말걸, 등등의 후회는 절때 할 필요가 없는 일.

열심히 써봐야겠다. 더이상 쓰기 싫어질때까지. 그러면 설사 다른 길로 가더라도 후회 만큼은 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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