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덧없음에 대하여
일전에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 네, 저는 사주팔자를 믿지 않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부모와 형제, 그리고 태어난 국가와 나의 뿌리 역시 내가 원하고 선택해서 주어진 환경이 아니듯, 큰 틀에서 운명이라고나 할까 숙명이라고나 할까 하는 것들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예정설은 믿는다 이거죠. [너는 이런저런 집에 태어나서 대충 어린시절 성적은 어찌어찌 하여 어떠어떠한 대학에 들어가고 대충 어느정도 되는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했다가 대충 노후 수준은 어느정도 쯤 되고 몇살에 죽을것이다] 라고 하는 커다란 틀은 있는것 같아요. 뭐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오래 안살아 봐서 모르겠으나 그래도 대충 그런게 있다고 믿기는 합니다.
큰 틀 외에 자질구레 하게 인간이 오직 인간의 능력으로만 선택할 수 있는건 오늘 뭘 먹을까, 옷을 살까 말까 정도의 아주 소극적인 선택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죠.
아, 써놓고 보니까 사주팔자를 믿는 사람 같네요. 그러고 보니 그런거 일수도...ㅠ,ㅠ
인생의 굵직굵직한 것은 다 정해져 있다고 믿는 가치관이면서 사주팔자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이 마음은 뭐지 하고 생각해 보니 사주팔자를 점치는 예언가, 점쟁이, 관상쟁이 등등을 믿지 않는 다는 말이었습니다.
한창 사주,타로,신점 등등에 빠져있었던 28세~31살 시절 (오래도 빠져있어서 돈지랄을 꽤 했죠)
저는 서울 및 지방의 온갖 점쟁이들을 그때 다 만나 봤습니다. 어릴때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지만 하느님 앞에서 자꾸 '제 탓이오'를 외치게 만드는 성당의 교리 역시 저와 맞지 않아서 뭐 딱히 용하다는 점쟁이를 좇는 거에 대한 죄책감도 없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지금도 성당에 다니지 않습니다. 엄마의 소원이 나중에 엄마가 세상을 뜨면 온가족이 엄마 기일에 모여 미사를 했으면 좋겠다 라고 말씀하신걸 수차례 들어왔기 때문에 그것정도만(?) 하려고 합니다.
저는 그냥 그렇게 생겨 먹었나 봅니다. 엄마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저는 종교인이 특정 종교를 강요하며 타종교를 배척하는 그들의 행태가 구역질 나게 싫습니다. 종교인이면 돌아가신 이태석 신부님이나 법정 스님 같아야 지당하거늘 속세를 초월할 것을 가르치는 종교에 돈이 개입 되면서 "나만 옳아. 내 믿으면 천국가고 아니면 지옥가" 이런 교리를 듣고 있기가 괴롭습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의 장경동 목사의 이슬람 배척 공약을 보고 저게 과연 종교인의 자세인가 경악을 뿜었죠. 아 뭐 돈독 오른 종교인들 말해 무엇합니까. 저렇게 돈독이 오르고, 멍청한 우리들이 그들의 주머니를 두득하게 채워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말이 또 샜습니다. ㅠ.ㅠ
암턴, 제가 만났던 용하더는 모든 점쟁이들이 하나같이 저를 실망시켰습니다. 심지어 6년전, 제 이직문제를 두고 찾아갔던 유명하다가 연세대학교 후문 쪽에 자리잡은 철학관에서는 저를 보자마자
"내가 너를 보려고 어제 그렇게 꿈자리가 뒤숭숭 했구나" 라며 대뜸 제 친오빠가 죽는다고 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올해 죽는다고. 그리고 굿을 하라고 하길래 코웃음을 치며 나왔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만큼 제가 좀 셉니다. 오빠가 죽는다는 말에 가슴이 매우 콩닥거리면서 이걸 엄마한테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서웠지만 죽을 오빠를 굿으로 살릴 수 있다는 말에 이 사기꾼 같은게~ 이러면서 대담해 질 수 있었죠.
30살 전후로 결혼 한다는 점쟁이. (결혼 언제 하냐는 나의 물음에)
34살부터 43살까지 사회생활을 반드시 한다는 점쟁이 (결혼하고 직장 그만두고 문화센터나 다니는 여자로 살 수 있냐는 나의 물음에)
남편따라 외국나가 산다는 점쟁이. (외국나가 살고싶다는 나의 말에)
등등 죄다 다 틀렸습니다.
결국 내 인생의 미래는 나도 모르고 지들도 몰랐던 거죠.
내 앞에 펼쳐지는 모든 사건들을 온몸으로 껴안으며 치열하게 살려고 합니다. 이 마음만 있으면 불안할 것도 없습니다.
내 인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