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생각하자 했거늘

판도라의 상자

by Honkoni

나만 생각하자 했다.

나만 보자.

주위는 보지도 말자.

나는 나대로 살자.


이렇게 마음먹고 자꾸 스스로를 독려했다. 그래야 지금을 웃으면서 지낼 수 있으니까. 버티는게 아니라 지내는 걸로 하루하루 순간을 잡으면서 살 수 있다는걸 아니까.

그런데도 멀쩡히 TV를 보다가, 천장을 보다가, 자판을 두드리다가, 나 지금 뭐하는거지 이러면서 끊임없이 우울의 나락으로 빠지기도 했다. 몇분씩, 몇시간씩, 며칠씩.


그러다가 어제 카톡 연동 번호를 아일랜드 번호에서 한국번호로 이제야 바꾸게 되면서 카톡을 탈퇴했다가 재가입을 했는데 결국 알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이 친구추천으로 다 뜬거다. 내 휴대폰에는 친구와 일가친척 다 포함해 봤자 서른명 남짓. 그리고 나머지 1년이상 연락 안하는 사람들을 주소록에서 정리하니 요만큼만 남은거다.


따라서 첫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카톡이름이 가물가물한 사람이 친구추천으로 죄다 뜰 줄이야 정말 몰랐고 결국 나는 옛직장 동료부터 이십대 중후반까지 생사를 확인했던 고등학교 동창들까지 알고 싶지 않았던 그들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름이 뜬 걸 본 이상 카톡 플필을 클릭을 해버렸고(해야했고) 나는 또 저만치 앞서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좌절해 버렸다. (이런게 싫어서 페북이고 뭐고 안하는건데 미니홈피시절 못버리던 이 관음증이 결국 내 기분을 망쳐버린 거다)


십중팔구 내가 알던 지인들은 결혼을 했고

미국에서 애낳고 사는 사람, (왜 이렇게 미국에서 애낳고 사는 사람이 부러운지 몰라. 아 후진 내마음)

워킹맘으로 사는 사람,

되게 잘 나가는 싱글들,


로 보이는 프사를 보면서 나는 아주 많이 우울해졌다


그랬더니 문득 내가 매일 노트북 켜고 글쓴답시고 머리 싸매고 앉아있는게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건지 끝도없이 거지같아 져서 어젯밤 늦게 친구에게 전화걸어 엉엉 울어버렸다.


근데, 나는 참 어이없게도 아무리 우울하거나 때로때로 죽고 싶었던 순간에도 또 잠은 잘자서 엉엉 울다가 친구가 "아 시끄럽고 내일 글이나 잘써!" 이 말을 듣고 아~~데드라인이 다가온다 빨리써야지~~ 이러면서 스르륵 잠들었는데 결국 아주 잘자고 일어났다.


데드라인이 얼마없다.

일단 에이포 100매 채우고, 접수하고, 떨어지면 그때 포기하는거다. 쓰지도 못하고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억지 쓸거면 나는 지하에서 5년간 만두나 먹어야 할 인간, 먼지가 나게 맞아야 할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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