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대하여

혼자 살 준비를 하는 요즘

by Honkoni

연애.

사람을 알게되고 설레고 만지고 잠도 자고 나는 니꺼 너는 내꺼 뭐 이런거 등등을 하며 자존감이 급 상승했다가 스스로가 후져보이는 일련의 감정과 행위의 소용돌이 과정을 연애라고 볼때 정확히 스무살 때부터 연애를 시작하여 농번기와 농한기 때의 농부처럼 열심히 하기도 하고 뒷짐지고 한텀 쉬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은? 거의 1년째 쉬고 있는 중 _


그리고 전혀 의욕이 없는 요즘이다.


돌이켜 보면 연애를 통해서 사람이 성장을 한다는 둥 성숙해진다는 둥 하는 것 다 헛소리 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나한테 만큼은 통용되지 않는 그야말로 잡설 이라는 걸 나는 경험으로 안다.


전혀 남자로 보이지 않았던 그에게 서서히 빠져드는 물감같은 사랑은 해본적도 없고, 늘 처음부터 하트 뿅뿅 으로 시작해서 이 새끼는 쓰레기였어 로 끝나는 연애의 연속이었다. 한번 그랬으면 학습효과에 의해서 그 다음 연애는 더 나아져야 하는데 성숙과 성장은 개뿔 나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좋은 쪽으로 지독해져 갔다.


나는 점점 이기적으로 사람을 만나왔으며 지금의 호감은 만나서 몇번 밥먹고, 영화보고, 잠자고, 서로를 다 알았다 싶을때쯤 뭔가 내가 또 습관적으로 짜증을 내고 예술가도 아닌게 예술가처럼 감정적으로 변하면서 싸우다가 헤어질 걸 알면서도 사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런 연애는 늘 상대방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스스로 좀 거지같다는 생각도 했던것 같다.


아무튼 나는 남자들이 말하는 최악의 여자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언제까지나 이렇게 예민하고 이렇게 감정적인, 그렇게 요모냥 요꼴일거다. 나는 안변할거다. 그리고 너는 지금은 천사와 같은 얼굴로 나를 품을 것처럼 말하지만 웃기시네. 너는 곧 나를 떠날것이다."

라고 종종 말했었다. 담담하게 말할때도 말싸움의 클라이막스에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말할때도 있었다.


상대방에게 너는 나를 못 버틸거야~너는 나를 떠날거야~ 이렇게 주문을 걸었고 그 주문은 신통방통했다.

그렇지 않아, 나는 달라, 라고 말하던 모든 남자들이 역시나 다 떠나갔다 (안 떠나간게 이상하지)


대놓고 내가 차였든, 남자의 변하는 모습에 내가 지쳐서 내 입에서 먼저 우리 그만하자, 라는 말이 나왔든지 간에 나는 철저하게 나의 연애는 100퍼센트 내가 버림받았다고 확신한다.

A가 B에게 차이다 라는 표면적인 이별의 형식은 사실 하등 중요한게 아니고 내가 버림받았구나...혹은 내가 상대를 떠나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건 정확히 당사자 두명만 알고 있는거고...이 논리에 의하면 나의 모든 연애는 내가 버려졌다 라고 봐도 무방하다.


연애를 해야 결혼을 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연애를 하기 글렀다.

예전에는 연애전에 싸우기도 싸워보고 바닥까지 가봐야 그게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볼짱 다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 곁을 떠나지 않는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거다.

근데 난 이 생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부러 싸우지 않아도 톱나바퀴 굴러가듯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관계가 좋은거다. 가능하면 싸울래야 싸울 수가 없는 그런 관계가 좋다는 거다. 서로의 최악의 표정을 알아버렸을때, 그러니까 나로 인해 상대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나도 거울로 들여다 본적이 없는 나의 절망적인 표정과 말투를 상대방에게 쏘고 있을때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뒤로 아무리 아닌척해도 멍자국이 가슴속에 남아 있게 된다.

그리고 싸움이 반복될 때마다 그 멍자국이 더 짙어지거나 곪아 언젠가 "우린 아무래도 안맞는거 같아"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게 되는 것이다.


뭐, 문제는 내가 억수로 운좋게 태어나서 그런 인생의 반쪽을 만날것 같다는 확률이 아주 희박하구나 하는 확신을 나는 작년 이맘때 연애가 끝나고 깨달았다.

그럼 뭐 혼자살 준비 하는거지.


성격이 운명이라는데 결국 내 지랄맞은 성격으로 독거노인이 될줄 나는 몰랐다.

이런 성격이면 송혜교의 얼굴과 재력으로 태어났었어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하늘을 한번 쬐려보았다.

차마 뻑큐까지 날리려는건 참았다. 나는 서른네살이니까 중딩짓은 하지말자.


오늘은 엄마가 파티마 성지에 도착했을 것이다.

"나에게 좋은 짝 나타나길 기도하지 마요. 그건 아무리 엄마가 기도해도 가능성이 없어. 그냥 혼자서 지 밥벌이나 하면서 지가 좋아하는 exploring 이나 실컷 하다가 명대로 살다가 죽게 해달라는게 더 현실적인 기도임"


에휴. 34살의 4월말_ 곧 마흔이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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