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준비하는 모두를 위해

정리해고 후 직장을 구하며 느낀 면접 팁들

by HW

몇 달 전이었다. 선택적으로 참석 가능한 (참가하지 않을 수 있는) 일정을 꼭 참석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매니저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해당 미팅은 Stand up 미팅으로, 각자 오늘 무슨일을 할지 공유하는 미팅이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한국 밖에 위치해 있어, 각자가 근무하는 시간대가 다르다. 그래서 각자의 시간대에 맞추어 근무를 시작하고, 이 때 자신이 할 일을 공유하고 어떤 일을 수행했는지 업무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Stand up 미팅을 가진다.


우선순위가 높은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하기 위해, Kick-off 미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팀원의 참석을 독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팅에 CEO 가 참석하기 전까지는.

I’m sorry to be sharing this difficult news today.
As a result of a strategic corporate decision, we have decided to shut down operations in the region you are currently based in.


처음 들었을 땐 어안이 벙벙했다. 역시 미국회사인가, 아니면 일전에 있었던 relocation 패키지를 거절하고 관심가지지 않았던 탓인가,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한국에 거주하기 위해 세금 신고를 위한 사업자도 만들고, 집도 계약하고, 외화 거래를 위한 여러 서류 작업을 진행했다. 그게 불과 몇 년이나 되었다고, 이렇게 해고가 되다니.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계약종료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일정 기간 graceful period 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다른 매체에서 접한 당장 사무실 출입이 안되고, 인증이 갑자기 실패한다던지, 노트북이 부팅되지 않는 등의 극적인 차단은 없었다. 다만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그 기간 이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불안 섞인 걱정에 가깝다.-- 생활을 위한 비용과, 저축한 금액은 얼마며, 내가 어떻게 생존해야하나,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등등 그 불안과 긴장감이 파도가 치듯 몰려왔다.


인터넷 매체에서 정리해고를 검색하면 대부분 마음을 차분하게 가져야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필요한 부분은 협상하고, 최대한 내 이익을 이끌어내야한다고 말한다. 직접 겪은 내가 보기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다. 많이 겪어봤거나, 겪어보지 않았거나. 현실적으로 정리해고를 많이 겪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래서 감히 예상컨대, 높은 확률로 후자의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그 사람들도 이런 불안감을 느끼고 극복했으나, 그때까지 느꼈던 감정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난 철저히 을이었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딱히 팀원들도 이를 피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진 않았다. 주로 분노하거나, 수용하거나, 이를 받아들이는 노력을 할 뿐 이 상황 자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난 꽤나 이 직장이 마음에 들었기에, HR (인사과) 에 여러 문의를 남기기도 했다. 이주 정책이 아직 유효한지, 근무 시간대를 다른 시간대로 옮기면 가능할지, 등등 회사에서 수용해봄직해 보이는 옵션들이 있다면 모두 제안해봤다. 다만 비자 지원을 해주는 이전 정책과는 달리, 현재 미국 행정부의 방향이 비자 지원을 많이 어렵게 하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렵다는 답변만 받게 되었다.


diagram-representing-five-stages-grief_456393-5.jpg 슬픔의 다섯 단계


이때의 나는 협상('BARGAINING') 단계에 있었다.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여러 제안과 협의를 했지만, 실패했다. DEPRESSION 은 가장 적었던 단계고, 수용('ACCEPTANCE') 이 비교적 빠르게 왔던 것 같다. 평소에 생활비는 측정해두고 있었으니, 저축해둔 돈과 해고 위로금 성격의 돈을 합쳐 얼마나 Runway 가 남아있을 지 계산하고 마음에 두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현실적으로 타협하는 것과 끊임없이 찾아오는 "근거없는 불안" 을 이겨내는 것이었다.


'근거없는 불안'은 부정적인 감정에 잠기는(be flooded) 것이다. 다음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고정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내 삶의 질이 수용하지 못할정도로 떨어지면 어떡하지, 주로 이런 미래에 대한 걱정들로 점철되었다. 나의 경우에는.


이런 걱정들은 아무리 내가 철저히 계산해두고, 일정 기간동안에는 괜찮다라는 것을 확인해두어도 부족했다. 이런 감정들은 정말 뜬금없이 찾아와서, 나는 그때마다 크게 바뀌지 않는 통장 잔고와 월별 고정지출을 확인하며 마음을 졸여야했다. 부끄럽지만 회복 탄력성 또한 좋지 않은 편이어서, 불안을 삼키고 소화시키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다. 이렇게 긴장감이 느껴질 때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내 존재감을 확인하거나 몸을 힘들게 하는 운동들 (유산소, 근육운동 모두) 을 무작정 하면서 달래었다. 만약 24시간 관찰카메라 예능에 출연했다면, 꽤나 우스워보일정도로 안절부절하는 출연자가 되었을거라 확신한다.


사나흘 정도 감정의 격동을 느끼고,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이력서를 갱신하고, 도움을 받던 시니어 분에게 이력서가 어떤지 검토를 요청하고, 같은 직종에 재직중인 친구에게 모의 면접을 부탁하여 어떤 질문들이 들어올지 연습했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그림이 그려지고 나서, LinkedIn 을 통해 이력서를 뿌리기 시작했다. 마치 전단지를 배포하듯, 나와 관련있는 기업, 내 이력에 관심이 있을 것 같은 모든 기업에 지원서를 작성했다.


지원서를 작성할 때 이력서를 하나만 작성해두고 이 이력서를 기업 지원서에 사용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Cover Letter 식으로 자세한 수치와 한 일을 모두 명시한 뒤 이 문서를 바탕으로 이력서를 회사 별 JD 에 맞게 작성하도록 AI 에게 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 이는 날 도와준 시니어 분께서 알려준 방법인데, 사실 그때는 이미 Offer stage 에 있던 시기라 적극적으로 활용하진 못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직장을 구할 때는, (그때는 이미 흔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회사별 맞춤 이력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는 전략을 사용해볼 수 있겠다.


지원서를 넣고, 꽤나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나중에 정신건강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면, 과긴장 상태였다. 그렇다보니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로 면접들을 잡았고, 준비했다. 질문을 예상하고, 내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언급할 수 있도록 질문에 대한 답변 plot 을 구성하고, 각 구성 별 시나리오 케이스들을 준비했다. 편집증에 가까웠다. 이렇게 구성한 면접 시나리오 대로 면접이 흘러가지 않으면, 식은땀과 함께 심한 긴장감이 몰려왔다.

면접은 결국 대화고, 회사와 내가 하는 소개팅이다.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한다.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반응에 따라 내가 할 답변을 적절히 구성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다. 상대가 무엇을 주목할지(해야할지) 내가 의도하는 순간, 꽤나 얽혀진다.


초반 두 개의 인터뷰를 보란듯 말아먹었다. 거친 말이지만, 그다지도 실패했다는 표현중 마음에 드는 어휘를 찾기 어려웠다. 그 중 하나의 인터뷰는 내가 설명하는 부분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를 상대의 기술 역량 부족으로 치부하고 심지어 면접 자체에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과도하게 면접 자체를 manipulating 하려고 했고, 그래서 상대가 잘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실망감을 느끼는 내 자신이 굉장히 무력하게 부끄러웠다. 면접 일정을 무리하게 잡으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해도, 내가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적극적으로 직장을 찾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상황 자체에 대한 설명이 그 사실을 변호해주진 않았다. culture fit interview 에서 red flag 의 충분조건이다.


이런 일이 있고나서, 면접을 쉬었던 것 같다. 하루에 2~3개도 아무렇지 않게 잡던 것과 달리, 상태를 검정하고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 필요했다.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상대가 내가 하는 말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를 살폈다. 내가 하는 말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듯한 눈치면 질문을 통해 상대의 이해를 묻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부연설명을 통해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려고 맞추었다. 이렇게 하면 내가 면접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바를 시간 내에 모두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답변 후 덧붙이는 말을 이용해 ~~한 부분을 강조드리고 싶었다. 는 주석을 더하여 여지를 남겨두었다.


이렇게 진행한 결과, 면접의 합격률이 정말 좋아졌다. 꽤나 많은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느낀건, 해야할 말과 하고싶은 말을 구분하는 것이 꽤나 기대이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고싶은 말 vs 해야하는 말


대화를 할 때, 해야하는 말과 하고싶은 말이 구분되는 순간 꽤나 편해진다. 대화가 verbose 하게 흘러갈 수록 서로가 맥락을 읽기 위한 집중을 해야하는데, 사람이 진행하는 면접인 만큼 그 집중력은 한정되어있다. 그리고 내가 언급하는 만큼 그 사람이 다 집중해서 이해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말을 줄이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내가 말을 줄이는 순간, 상대가 집중해야하는 영역 자체가 줄어들면서 맥락과 의도를 주목할 수 있게 된다. 집중은 유지하면서, 상대가 주목하는 바를 전달할 때, 문장의 부피를 줄일 수록 면접관의 집중도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경청이다. 면접관이 하는 질문을 자세히 들어야한다. 면접관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그 의도를 그대로 짚는 대신 내가 답변할 방향을 묻는것이 대개 좋다. 숨은 의도를 질문할 때, 그 의도가 맞다면 본전이지만 틀렸다면 왜 넘겨짚는지에 대한 인상을 줄수도 있기에, 잘해야 본전인 셈이다. 내가 답변하고 싶은 내용과 방식이 들어맞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 내가 경청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줌과 동시에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으로 사용될 수 있다. 나는 이 방식을 애용했다.


다른 하나는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정보나 사실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정렬하는 것이다. 채용공고를 읽고, 내 경험들을 대어 어떤 경험이 이 회사에서 매력적으로 보일지 점수를 매겨 정렬해둔다. 면접에서 어느 부분을 꼭 언급해야하는지 채점하고 정렬해두는 것이다. 이게 꼭 중요한 이유는, 한정된 시간 내에 내가 전달해야하는 정보들을 가지고 가치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질문은 구체적으로 특정 사실을 짚기 보단, 열린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 질문들을 구성하여 대답하는 것은 면접자의 책임이고, 앞서 언급한 짧게 대답하기를 위해 전달할 정보를 정하여 문장을 재단하고 발화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언급하고 싶은 사실들을 미리 정렬해두면, 크게 도움된다.


면접을 진행하고 나면, 가장 마지막에 면접관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나는 이 시간을 제일 좋아했다. 면접은 대개 회사의 가이드(시스템, 절차, 규정 등) 대로 흘러가야하기에 면접관도 긴장된 상태로 들어온다. 물론 오래 재직한 베테랑은 다르겠지만,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이 가장 casual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상수(const)다.

혹시 질문하시고 싶은 내용이 있으신가요?


이때, 상대의 이력을 듣지못했다면 꼭 물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어떤 내용을 질문해야하는지 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일하지 않을 사람에게 팀이 집중하고 있는 영역을 묻는다거나,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회사의 분위기를 묻는건 제대로된 답변을 듣지 못하거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면접관 정보가 사전에 공유된다면, LinkedIn 등을 통해 미리 조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무슨 책임을 가지고 있는지, 공개된 photo 가 있다면 미리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서 긴장을 줄일 수도 있다.


면접관의 이력을 알고나면, 내가 강조하는 나의 키워드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JD(채용 공고)에 특별한 내용이 있지 않는 이상, 나의 강점을 활용했다. 예를 들어 '성장' 이라던지, '소통' 이라던지 하나의 포괄적인 개념이라 보면 된다.


면접관의 이력과 내가 강조하고 싶은 나의 키워드를 정하고 나면, 질문을 구성해야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면접관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접관이 현재 회사에서 오래 재직을 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회사의 인재중 가장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묻는다던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면접자의 특징을 묻는다던지 하는 등의 그 사람이 오래 재직하면서 관찰할 수 있었던 요소들을 이용해 질문을 구성하는 것이다. 만약 면접관이 현재 회사에서 승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승진을 위해 했던 일들과 회사에서는 어떤 조직적 지원을 해주었는지 묻는것도 좋은 질문의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렇게 질문을 하게되면 내가 궁금한 것을 해결함과 동시에 내가 어느 부분에 관심이 있고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이 면접을 얼마나 진지하게 미리 준비했는지 등의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의미로 나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오롯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렇게 질문을 마치고 나면, 그 내용또한 미리 메모해두자.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전형이나 다른 면접관에게 (필요하다면) 연관된 질문도 가능하니.


이러한 면접팁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결과적으로 직장을 구하는데 성공했고, 다음 회사에 출근하기 전까지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오랜만에 글을 적을 수 있는 이 여유가 참 기쁘다. 채용 시장이 좋지 않고, AI 가 발전하면서 실제 채용규모가 괄목할 만한 규모로 감소하고 있다. 다들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사람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위에서 사용한 소개팅 비유가 퍽 많은 상황에서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회사와 당신 모두 좋은 사람이고 다만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당신이 결코 못나거나 잘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냥 맞지 않는 것 그 뿐이다. 그러니 결과에 내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자신을 비하하지말자. 일련의 과정동안 나는 나를 비하하기 바빴고, 이를 원동력으로 삼았었다. 이는 건강한 방법이 아니며, 그저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우면 되는것이라 여기면 좋겠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을 꼭 구분하자. 장기전으로 갈수록 당신을 당신이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


모두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며,

2025년 11월 18일 햇살이 함께하는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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