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화재

by 재현가능성

며칠 전, 이웃 회사에는 비가 오고 불이 나렸다


근무자들은 흡연장으로 대피해 꽁초를 주웠다.

휴가자들은 전자담배를 뻐끔거리며 비웃었다.

집에서 누워 있던 사장은 직무태만을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비서는 사장의 얼굴을 보며 정신교육자료를 만들었다.

상무는 인테리어 사업하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사는 회사 막내들에게 시멘트 운반을 시켰다.

팀장들은 음이온을 발생시킨다는 식물을 심었다.

직원들은 공기정화를 위해 탄바람을 들이마셔야 했다.

새까만 역사와 전통 거리였던 노후화 시설은 시퍼런 천막으로 가려졌다.


그 날 소화기를 들었던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부를 수 없었다.

경비 할아버지의 급여는 삭감되었다.

중식은 더 이상 제공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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