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에 관하여
1. 전 동료의 일로 야근을 하게 되었다. 일이 벌어졌으나 최근 몇 년간의 연구기록은 사라졌고, 연구노트는 분리수거장에서 발견되었다. 과정 없이 도출된 결과가 찢어놓은 숫자의 틈은 내가 메꿔야 했다. 냄새나는 손을 씻다 용서를 생각했다.
그 사람은 말끔하고 정숙했으며 속이 썩는 일들을 했다. 우리의 밖에서 친해질 것 같지 않아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곧 멈추었다. 떠난 사람은 이름으로만 맴돌았다. 그와 이웃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탕아도 아니고 섬기는 자도 없었기에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았다.
2. 내가 이방인이었더라면, 형제들만 사랑해도 되는 이방인들이었다면,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차라리 그가 원수면 어땠을까. 그와 같은 옷을 입지 않았어야 했다. 쓰린 속을 달랠 때면 담배를 피우던 그 모습도 보지 말았어야 했다. 차라리 원수라면 그를 용서함으로써 회개의 흔적이라도 묻힐 수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내 눈은 티끌과 들보가 짓누르고 있구나.
3. 좁은 문으로 빛과 소금만이 녹일 눈이 나린다. 나는 아직도 길과 생명을 찾는다.
주님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고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합니까.
마태복음 5장
43.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44.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45.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46.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47.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