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식을 했다. 연탄불의 하얀 열기가 소복히 쌓인 고기를 먹으며 화목한 시간을 보냈다. 몇 판 먹었던 자리를 비우기 위해 화장실에 들렸다. 손을 씻고 고개를 들었더니, 말갛게 핀 얼굴이 거울 위로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렇게 곧게 본 것은 오랜만이었다. 서른 혹은 어른의 중반, 늙지도 어리지도 않은, 생각해본 적도 바래본 적도 없었던 나이와 모습. 반가웠다.
나는 잘 살았구나. 따뜻한 겨울옷을 입고 같이 고기를 나눠먹을 사람들이 생겼구나. 비춰진 출력물 앞에서 한동안 뭉클하게 서 있었다. 버려짐과 괴롭힘에 힘겨워하다 침상 위에서 자살하지 않게 해달라며 하나님을 찾았던 날이 생각났다. 무의식의 계곡 사이로 여러 시간들이 불어왔음에도 그 모양만이 떠오른 것을 보면, 그 날 기도하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2. 그럼에도 절실 혹은 절박은 아름답게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종교인들과 교육자들은 절실함의 부족을 설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을 잇고자 아가미를 헐떡대는 것이 어찌 숭고하단 말인가. 우물에 빠질 것 같은 어린아이는 구해야지, 왜 죽어버린 아이를 건져 제사를 지내는가.
나는 사단(四端)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