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2026년 1월 26일

by 재현가능성

1. 사장의 자녀와 회의를 하는, 또다시 월요일이다. 주제는 간식이었다. 담당자는 국내 간식 시장에 대해 발표했다. 소비 현상을 어떻게 보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는 논외사항이었다. 자녀가 '나 단 거 안 먹어요'라고 하자 다 같이 단 음식을 향한 증오를 드러내야 했다. '스스로에게 간식을 선물하면 좋지 않아요?'라고 하자 다 같이 간식의 위로효과에 대해 말해야 했다. 시퍼런 밥과 뻘뻘거리는 노동 때문에 잦은 허기로 단 것을 먹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며칠 전에 보았던 망하지는 않을 회사라는 리뷰글이 떠올랐다.


2. 자녀에게 발표할 기회를 하사받는 경일에는 잡학(雜學)을 논하는 것으로 액땜을 하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다. 문관인 저하(邸下)께서는 공(工)이 책문(策問)에 나오는 날은 상서롭지 못하다고 여기시어 쾌히 환궁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손을 더럽히는 기(技)와 술(術)은 중인(中人)들을 위한 지붕도 없는 돌집에만 있어야 하며, 제삿날이 아니라면 위패조차도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하였다. 선비가 되길 바라진 않았지만 서러워졌다.


나를 알지 못했어도 나를 안아주던 천주쟁이들이 그리워졌다. 그들은 천주 앞에서 무릎을 꿇으면 모두가 같은 높이라고 하였다. 모두가 한 식구이며 야인이 없다 하였다. 죽어서 어딜 갈까 고민하지 않으나, 살아서는 어딜 가게 될까 생각하며 날을 보냈다.

작가의 이전글일기_2026년 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