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생일을 맞이하기 위해 어머니는 모두가 기적이 넘치는 영화를 보러 가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지원을 받기 위해 악단을 꾸렸고, 악단은 찬양을 부르다 하나님을 영접하였으며, 희생하는 자와 탈북하는 자가 구별된다는 이야기는 어떠한 감흥도 불러일으킬 수 없었다. 나쁜 나무에 달린 나쁜 열매와도 같았으며, 찍혀서 불 속으로 들어가야 마땅하였다.
나는 어머니의 구약(舊約)한 종교적 신념과 지독하게 싸워왔다.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내면서 청약과 불로소득에 당첨되기를 빌었다. 원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내어주며, 스스로 나팔도 불지 말라고 배운 나는 어머니가 어떤 존재를 섬기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야곱의 하나님만 보고 욥의 하나님을 보지 못한 것일까.
나는 30세겔도 안 되는 기적을 은혜라고 꾸미려는 흉계가 싫다. 우리는 기적에도 침묵하라고 가르침을 받았으며, 살아계신 주님의 말씀을 믿고 행하기 위해 증표를 요구하는 바리새인처럼 살고 싶지도 않다. 세상 끝 날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은 ‘예’라고 할만한 일에는 ‘예’라고 답하고, ‘아니오’라고 할만한 일에는 ‘아니오’라고 답하며, 원수를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골방에서 기도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