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2026년 3월 9일

by 재현가능성


한 여인이 4 페이지에 달하는 다짐을 써서 제출했다. 코끼리를 타고 정글을 가다 외국인과 대화를 제대로 나누지 못한 부끄러운 모습으로 시작하여, 왜 영어를 공부해야만 하는지 낱낱이 기술해 놓았다. 그리고 6개월 동안 단어장을 반 정도 채운 후 한 문장도 쓰지 않고 사라졌다. 또. 또. 또.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앉지도 못하고 지나갔다.


난 이유를 기술하는 자들을 의심한다. 설명을 덧댈 자리를 찾느라 갈라진 손톱들을 세우고 원인도 없는 것들에 기생하려 든다. 하지 못해 반성한다는 버릇의 입은 닫아버려야 한다. 밥을 먹는 건 배가 고팠을 뿐이고, 잠을 자는 건 졸렸기 때문이다.


어부는 예보에 맞춰 바다에 나가 그물을 던지면 되고, 시인은 뾰족하게 뻗은 소나무 가지들을 사이로 걷다 깃털 하나 건지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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