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까지 뻗은 밤하늘을 따라 오다 반짝거리는 별들을 만났다. 푸르게 붉게 깜박이는 망울들을 보다 첫 MT를 떠났던 4학년의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아무나 붙잡아 떠들고 싶었던 외롭고 어려운 나이였다. 당시 사람을 향한 마지막 시도였다. 중요한 수업이 있어 단체버스를 타지 못했고 홀로 터미널 버스를 타고 밤 9시쯤에 해당 지역에 도착했다. 택시를 탔지만 잘못된 곳에 내려버렸다.
인적도 가로등도 없는 어둑한 밤 산길. 핸드폰 등불을 켜도 한치도 못 뻗는 자리. 멀리 개짖는 소리를 듣고 저기로 가서 길이라도 물어야할까 서둘러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공포가 수줍음을 압도한 것은 처음이었다. MT 담당자와 한번이라도 마주치 연락을 나눴던 사람들에게 구조신호를 보냈지만 한 명도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반짝거리는 존재들을 올려다보았다. 사람이 없으면 불이 없고, 이렇게 별을 볼 수 있는 거구나.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는 아득함. 길을 잃어 미아가 되어버려 주민번호라는 흔적만 남아도, 그건 내가 길을 못 찾기 때문이 아니라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구나.
몇 시간을 헤메어 철망문을 찾아 넘어가 찾아간 MT장소. 울음을 꾹 참고 침착하게 들어섰지만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다. 그 사람들에게 나는 단지 MT참가비만 낸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구석에 앉아있다가 담당자라는 사람이 모두를 집합시키고는 각 테이블에 배치시켰다. 처음으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첫 웃음을 터트리려던 찰나, 대학원생이라는 사람이 모든 남학생들을 야외로 집합시켰다.
그 사람은 모든 남학생들 앞에서 담배불을 붙이더니 버릇없는 행동들을 남발한다며 욕을 쏟아부었다. 선배들이 개념없게 구니까 후배들도 이 지경인 거 아니야 새끼들아. 제일 윗 학번이 욕을 먹더니, 그 바로 아래 학번을 깠다. 그리고 그 다음 아래 학번을 까는 실시간 내리갈굼을 시연했다. 문도 제대로 안 닫는 새끼. 칠판도 안 지우는 새끼. 교수님에게 인사도 안 하는 새끼라며. 난 저 사람들을 마주친 적도 없었는데 어떻게 나를 비하하는 거지? 난 당신들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처음이야. 우리 서로 모르는 사이잖아. 정작 내가 몇 번 마주친 사람들은 단상에 올라가 소리지르지 않았다.
나는 이 코미디에 웃어야 할 지 수그려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나는 사람들과 친해지러 왔단 말이야.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파토내면 우리 서로 어색해지잖아. 뭐 하는 거야. 내가 낸 돈은 어떻게 되는 거야. 그렇게 다들 술자리를 치우더니 잠을 자러 갔다. 소등을 하고 모두가 자기 자리에 누웠다.
새벽 5시에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교수님 한 분이 홀로 산보를 하고 계셨다. 교수님께 바쁜 일이 있어 먼저 떠난다고 양해를 구했다. 교수님은 무운을 빌어주셨다. 누구에게도 작별인사를 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외로웠다. 나는 별이 그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