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이 모르게 왼손으로 선물을 나눠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핀잔을 들었다.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금새 웃음을 거두었고, 누군가 ‘라포형성’이라고 답을 해주고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약간의 한풀이를 나눴으나 예전만큼의 허탈감은 들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를 생각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끼리 같이 기념품을 맞추기로 했다. 한 명이 가족과의 일정으로 불참을 한 사이, 다 같이 기념품점을 돌아다니다 십자가의 숭고함이 마음에 들어 십자가 목걸이를 맞추었다. 그 친구의 몫도 챙겼다. 그러나 그 친구는 기독교가 아니기에 십자가를 지기 싫다며 핀잔을 주었고, 내가 허탈해있는 사이 다른 친구와 가벼운 언쟁이 벌어졌다. 그는 몇 달 후 우리라고 부르기 애매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대학생 때를 생각했다. 학교 신문사에 화이트보드가 처음 온 날 각자의 캐릭터를 그렸다. 회의에도 잘 안 오는 이가 캐릭터를 다 지우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써놓았다. 나는 그 자리에 ‘그리 살지 말아라’라고 옆에 적어놓았다. 그 자는 나를 찾아와 언성을 높였다.
심보라고 할 지 기질이라 할 지 모르겠으나, 이들은 악의는 없었다. 단지 획득을 위해 미끼도 걸지 않고 낚시줄을 드리워놓는 꾼에 가까웠다.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가뭄이 오기를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