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is coming
그래도 매주 한 번씩 글을 써 보겠다는 처음의 다짐은 온데 간데 없이 두 달이나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게 놀라울 따름이다.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여유가 없어지면 그냥 뭐든 놓아버리는 성격도 한 몫 했겠지만, 학기가 시작되니 삶이 생각보다 평탄해져서 딱히 글을 쓸 만한 동기도 없었다. 예를 들어, 지난 두 달 사이 가장 뿌듯했던 일을 얘기해보라 한다면, 정말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스웩 넘치는 흑형이 길을 지나가다가 내 신발 예쁘다고 두 번 얘기해준 게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다.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된 건 순전히 날씨가 추워졌기 때문이다. 고2때부터였나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나름의 월동 준비를 해왔는데, 단순히 말하면 그냥 반성과 침잠과 우울해함의 끝없는 반복이다. 뚜렷한 장기 계획이나 목표가 없는 나에게 한 해 한 해는 과정이어선 안됐고 무언가 결과가 있어야 했기 때문에, 연말이 되면 자연스레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나 돌아보게 되는 법이었다. 이게 보통은 만족스럽게 끝나지 않기 때문에 다들 축제처럼 들뜨는 연말보다는 추워질 때쯤 하는 게 딱 좋다.
그치만 이렇게 매 해를 보내는 건 사실 꽤나 지친다. 나이를 하나 둘 먹어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쓰는 건 많이 줄었고, 나름 마음 편히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 죄책감을 덜 느끼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놈의 월동 준비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한껏 그리고 미리 우울해졌으니 올해 연말은 미리 우울해져 본 다른 사람들과 함께 좀더 즐겁길 바래본다. Winter is coming. We know what's coming with it. We can't face it alone. 왕좌의 게임은 언제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