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직 책을 못 쓴 이유

책 쓰기와 글쓰기의 차이

by 허경심


'책 쓰기'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었다. '책'이라는 명사에 동사 '쓴다'는 왠지 어울리지 않았다. 책이라 하면 모름지기 '만든다', '낸다'라는 동사와 함께 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입이 떡 벌어지는 강의 수강료와 각종 소송에 휘말리며 시끌벅적한 '책 쓰기' 시장의 편견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나는 글쓰기는 나름 오랜 시간 해왔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나도 나만의 책을 세상에 내고 싶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글쓰기는 이어갈 수 있었지만 책 쓰기는 나에게 넘사벽이었다. 책을 쓰며 알았다. 내가 그간 글은 썼지만 책을 쓰지 못한 이유는 바로 책 쓰기와 글쓰기의 차이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책 쓰기와 글쓰기의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차이점은 '주제'에 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를 쓴다,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쓴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 이 모든 건 글쓰기다. 이 글들을 묶어 책을 만들 수 있을까? 만약 작법에 관한 책을 쓰는데 IT기술에 대한 글을 함께 탑재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독자는 이게 뭐야?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하며 책을 덮을지 모른다. 책을 쓰려면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는 사십 개의 글이 필요하다. (물론 글의 분량에 따라 글 개수는 달라진다.) 앞서 말한 일기, 감상평, 독후감도 만약 하나의 주제에 부합하는 이야기라면 책으로 엮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간 글쓰기를 했지만 그 글들이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지 못했기에 책으로 엮을 수는 없었다. 주제란 쉽게 말해 '무엇'에 해당하는 것이다. 누군가 책을 쓰고 있다면 우리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무엇에 대해 쓰고 있나요?", "어떤 책을 쓰고 있나요?" 그에 대한 답이 바로 주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책을 쓰는 이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 오십, 캘리그래피로 달라진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25년 차 독서지도사가 알려주는 우리 아이 독서법에 대해 쓰고 있어요."

"네이버 인기 카페 주인장이 알려주는 카페 운영법에 대해 쓰고 있어요."

"이혼 뒤, 오히려 더 행복해진 삶에 대해 쓰고 있어요."


작년 출간한 <어느 날, 나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의 주제는 책의 부제로도 잘 나와있다.

'공황장애를 극복한 엄마가 내면 아이를 통해 행복해지는 법'


책 쓰기를 하고 싶다면 먼저 주제를 정해보자. 그리고 그 주제에 부합하는 글의 목록, 즉 목차를 정해보자.


책 쓰기와 글쓰기의 두 번째 차이점은 '독자의 유무'다.

글은 일기장, 한글 파일, SNS 등 어디에든 쓸 수 있다. 글쓰기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책 쓰기는 반드시 독자가 있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이 책 쓰기다. 독자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언가 얻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감동과 위로를 받거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돈 버는 법과 같은 어떤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물론 글쓰기에서도 이와 같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독자가 없는 일기 같은 글 또한 글쓰기에 해당하므로 독자의 유무를 책 쓰기와 글쓰기의 차이점이라 썼다. 독자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달리 말해 이타심을 갖는 것이다. 내가 이 글을 통해 타인을 위해 도움을 주려는 마음. 그 마음이 있어야 책을 쓸 수 있다.


내가 처음 책을 쓸 때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다는 것이, 이타심을 가지고 쓴다는 것이 참 힘들었다. 그간 나는 독자를 염두에 둔 글이 아니라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 왔기 때문이다. 독자를 의식하자 글의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고민 끝에 내가 시도한 것은 '과거의 나'를 독자로 생각하며 쓰기였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무엇이 있을까, 어떤 위로의 말을 해 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자 마침내 글의 진도가 나갔다. 이 경험을 통해 나의 마음을 울리는 글은 타인의 마음도 울리는 글이 된다는 걸 알았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이 어색하고 어렵다면 과거의 나를 독자로 두고 써보길 권한다. 분명 나와 비슷한 처지를 겪고 있거나 이미 겪은 독자가 있을 것이다. 당신이 쓴 그 책이 그들의 인생 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책 쓰기와 글씨기의 세 번째 차이점은 '자료조사'에 있다.

내가 그간 책을 못 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자료수집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을 쓰려면 글의 분량이 최소 A4용지 80장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 많은 글을 나의 생각만으로 채운다는 건 힘든 일이다. 나의 생각을 뒷받침 해줄 연구 사례나 전문가의 의견은 글의 신뢰성을 높여준다. 혹은 나의 경험을 소설이나 시, 영화에 비유해서 표현하면 글이 더 생동감 있고 재미있어진다. 책을 쓰는데 자료수집을 안 한다는 것은 공부나 연구를 전혀 하지 않고 내 생각만으로 논문을 쓰겠다는 것과 같다.

사실 자료수집에 대한 거부감 또한 있었다. 자료수집을 해서 얻은 정보를 내 책에 쓰는 것은 그저 남을 따라 하며 짜깁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에세이, 즉 나의 이야기를 쓸 건데 자료수집 따위 필요 없다 생각했다. 그러나 자료수집 과정을 치열하게 겪으며 나는 굉장한 성장을 경험했다. 잊고 있던 지난날이 떠오르기도 했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며 글감이 마구 떠올랐다. 나의 생각을 뒷받침 해주는 전문가의 글을 보며, 각종 연구 결과와 사례들을 살펴보며, 나와 비슷한 책을 쓴 이의 삶을 엿보며 나의 철학이 더욱 확고해지고 주관이 뚜렷해졌다. 단 한 문장을 쓰더라도 자신감 있게 쓸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생각은 애초에 우리만의 생각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보고 배운 것들, 책에서 읽은 것, 누군가 해준 이야기 등 이 모든 것들을 조합해서 내가 내 생각을, 내 주관을 만들어 낸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또한 이 세상에 없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 신화 '피라모스와 티스베' 이야기를 모티프로 만든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이야기를 자기 철학과 버무려 내면화시킨 뒤 자기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것은 수세기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고전이 되었다. 책 쓰기를 하려는 우리 또한 셰익스피어가 되어야 한다. 자료수집은 책 쓰기에 있어 꼭 필요한 과정이다.


나는 이제 '책 쓰기'라는 말에 거부감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책을 쓰고 난 뒤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책을 써도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이 책을 쓰는 과정을 어떻게 겪었는지 그리고 책을 쓴 뒤 더욱 성장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책의 완성도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꼭 한 번 책 쓰기에 도전해 보았으면 한다. 책 쓰기는 최단 시간에 사람의 의식을 성장시켜주는 수단이다. 평안하고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최고의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