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뭘 써야 할까?

일상에서 글감 찾기

by 허경심


글은 세상의 모든 것들에 나의 삶을 연결 짓는 일이다. - 최복현


글을 쓰고 싶지만 막상 쓰려면 뭘 써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도통 글감이 떠오를지 않을 때,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글감을 찾는 방법 중 하나는 모든 일상을 글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일상이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다. 새로울 것도 낯설 것도 없는 일상에서 어떻게 글감을 찾을 수 있을까? '새로울 것도'와 '낯설 것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즉 글감을 찾으려면 일상을 새롭고 낯설게 바라보면 된다.


일상을 새롭고 낯설게 바라보려면 우선 멈추어야 한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일이라고 지나치고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왜?'라고 질문해야 한다.


일상을 새롭게 바라본 사람 중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바로 뉴턴이다. 뉴턴은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누구나 그러려니 바라보던 것을 멈추어 생각하고 '왜'라는 질문으로 새롭게 바라본 덕분이다.


뉴턴은 이렇게 질문했다.

'왜 사과는 옆으로나 위로가 아니라 항상 지면에 수직 하게 떨어질까?'

이렇듯 당연하다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에서 멈추어 생각하고 '왜'라고 질문하기는 일상을 새롭고 낯설게 보는 방법이다.


멈추어 생각하고 '왜'라고 질문할 때 그러니까 일상을 새롭고 낯설게 바라볼 때 글감이 생긴다. 여기어 보태어 글이 완성되려면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며 거기에 의미를 담아야 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사막 여우가 나온다. 나는 만약 여우가 글을 썼다면 멋진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이야기해준다.


"저길 봐! 밀밭이 보이니?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나한테 쓸모가 없어. 밀밭을 보아도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 그래서 슬퍼! 그러나 네 머리칼은 금빛이야. 그래서 네가 날 길들인다면 정말 신날 거야! 밀도 금빛이기 때문에 밀은 너를 기억하게 해 줄 거야. 그래서 밀밭을 스치는 바람소리까지 사랑하게 될 거고..."


여우는 일상에서 늘 보던 밀밭을 새롭게 바라보며 의미를 부여한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밀밭이지만 어린 왕자의 머리칼이 금빛이기 때문에 밀밭을 보면 어린 왕자를 떠올릴 것이고 밀밭을 스치는 바람소리까지 사랑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 어린 왕자와의 추억을 밀밭에 의미 부여한 것이다.


정리하면, 내가 일상을 글감으로 한 편의 글을 쓰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멈추어 생각하고 '왜'라고 질문한다. 그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대상이나 사건에 의미를 부여한다. 수년 전 이런 사유의 과정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글 한편을 완성했다.


나는 물리치료사이기도 하다. <중요한 일>은 직장에서의 일상을 보내는 어느 날, 실장님과 환자 보호자가 대화하는 것을 듣고는 쓴 글이다. 내가 만약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저 한바탕 웃고 넘어갈 일상의 한 부분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나에게 글감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중요한 일'이라는 말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멈추었다. 그리고 질문했다. 왜 환자 보호자는 실장님의 말에 반박을 못하고 겸언쩍어 했을까? 왜 나에게 '중요한 일'이란 말이 인상 깊게 다가올까? 중요한 일. 그래, 살면서 나 또한 중요한 일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닐까?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중요한 일'에 의미를 부여했다. 글감은 어디에나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눈을 갖추자. 일상을 새롭고 낯설게 바라보자. 일상을 깨뜨리자. '왜?'라고 질문하자.

아주 잘 쓴 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일상을 어떻게 글로 쓸 수 있는지 좋은 사례라 생각하고 아래 <중요한 일>을 탑재한다.




물리치료사인 나는 보통 하루에 150명에서 많게는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에는 말없이 조용히 치료를 받는 사람, 이건 이렇게 해줘라, 저건 저렇게 해 줘라 하면서 요구사항이 많은 사람, 별거 아닌 것에 고마워하는 사람, 별거 아닌 거에 화내는 사람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오간다.

최근에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해서 매일 오는 환자가 있다. 이 환자의 보호자가 우리를 좀 불편하게 했다. 늘 무언가에 쫓기 듯 바쁘다며 본인이 해야 할 일도 우리에게 맡기고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다.

하루는 같이 일하는 실장님의 높아진 목소리가 들렸다. 그 보호자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중요한 일’ 어쩌고 하면서 화가 난 목소리였다. 그 내용인즉슨 이랬다.


보호자가 여느 날처럼 몹시 바쁜 일이 있다고 입술을 깨물며 얘기했다.

“선생님, 제가 지금 너무 급한 일이 있어서, 좀 다녀와야겠어요. 우리 어머니가 혹시 소변보겠다고 하면 좀 데려가 주실래요?”

물론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일이면 우리가 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 의원 물리치료의 여건 상 한 사람이 한 사람만 붙잡고 치료를 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가 꼭 필요한 것이다.

“도대체 그 급한 일이 뭔데 그러세요?”

실장님이 너무 답답해서 물었다.

보호자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대답했다.

“지금 마트에서 소고기 세일을 해서요. 그거 사다가 우리 엄마 소고깃국 끓여주려고요. 지금 안 가면 다 팔리고 없어요.”

너무 어이가 없고 짜증스러웠겠지만 늘 현명하고 지혜로운 실장님이 대답했다.

“보호자분, 지금 중요한 일이 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실장님의 진지한 태도에 보호자가 멋쩍어하며 대기실로 돌아갔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때 늘 한마디 툭툭 내뱉는 말이 참 재미있는 김 선생이 말했다.

“어휴, 진짜 내가 소고기니까 참는다. 돼지고기였으면 가만 안 있었어!”

하하하하하. 그 말에 우리 모두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치료실에서 큰 소리로 웃을 수가 없기에 참아가며 웃느라 내 얼굴은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개졌다.

그 일은 그렇게 웃고 넘어갔지만 나에게 자꾸 ‘중요한 일’이라는 말이 가슴에 남았다. 우리는 살면서 중요한 일을 잊고 살 때가 많다. 나는 아이를 키우며 내가 그 순간 중요한 일을 잊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아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을 걸어올 때 들어주지 않고 SNS에 댓글을 다는 것이 중요한지, 여행을 갔을 때 아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게 못하고 사진 찍자고 재촉하는 것이 중요한지, 아이 스스로의 발전에 주목하지 못하고 남들과 비교해서 보는 게 중요한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 또한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거 같다. 다소 억지스러운 예 일수 있지만 그 독특한 환자 보호자 덕에 나는 나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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