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쳐버린 일상에서 자연과 만나다.
어두움에 묻혀 실루엣으로 그려진 숲과
소실점을 향해가는 이끼가 잔뜩낀 돌담,
그리고 그 뒤 멀리 펼쳐진 밤하늘은
흐린 기운이 감싸안고 있어 별 빛 한점 없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하늘, 숲, 돌담의 풍경은
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검은색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그런 흑백의 어두운 세상 속에
청록색의 작은 불빛 하나가
피어올랐다.
무..무엇일까?
아침을 꾸준히 먹는 습관에 건강해진 기분을
유지해보려 며칠 째 담배를 끊고 있었는데,
어두워진 내 주변 풍경이 젖은 감성을 만들어주고,
든든히 먹은 저녁의 포만감이
담배의 유혹을 도저히 떨쳐낼 수 없게 만들어
누구에게 들키면 안되는 듯이
어두운 숲을 향해 잔뜩 움추려 담배를 하나 피워 물었다.
딸깍, 치이이익.
라이터의 불이 켜지고 담배 끝에 불이붙자마자
후욱 후하고 연기를 순식간에 들여마시고 내뱉는다.
익숙해져있던 회색의 도시를 벗어나
온종일 돌아다녀도 초록색과 하늘색만 보이는
낮선 환경에 소탈해진 내 자신을 다독여주고 있었다.
"
힘들었지?
숨막혔지?
상처 입었었지?
그리고 실망 했었지?
"
나이를 먹어갈 수록 왜이렇게
완고해지고, 뾰족해지는지 모르겠다.
낮설어지는 내 모습에 나도 놀랄때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폭주 할지 모른다는 위험을 감지해서 일까?
이쯤에서 뭔가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상에서, 지금의 나에서 벗어나고 싶어
얼마전 부터 세상에 그 누구도 모르게 도망을
꾸미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그 도망에 성공하여 100%의 나 자신찾기
숨박꼭질 놀이를 시작했다.
지금 며칠 째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걷고 뛰면서
어딘가 숨어있는 예전에 내 모습을 찾는 중.
너무 꼭꼭 숨어있기 때문에
찾아내어 다시 나의 일상으로
데리고 돌아오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찾아내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나를 돌아보고 돌아보고 있다.
얼마 안남은 내 도망의 나날 중,
스스로 만족해하였던 내 일부라도
찾아서 돌아갈 예정이다.
그래서 좀 더 완성된 내 모습을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다 :)
두 번째 담배를 피워 문 순간이었다.
청록의 작은 불빛 하나가
어두운 숲 실루엣 사이로 피어올랐다.
'뭐.. 뭐지?.. 혹..혹시?'
나는 순간적으로 마치 멸종해버렸을지도 모르는
그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어린 시절 동화 속이나 생물 교과서에서나 본 그것??
오... 맙소사...
다시 청록색의 작은 불빛이
내 눈 앞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바...반딧불이..?'
아....반딧불이를 봐버렸다.
진짜 존재하는구나 반딧불이가...
반딧불이를 직접 보고 확인한 순간,
현실과 어릴적 책에서 본 반딧불이의 전설이 섞여
빙글빙글 돌며 빨려들어가는
환상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뭔가 치밀어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별똥별을 보았을 때처럼 마음속 소원을 빌어버렸다.
'나를 찾아서 돌아가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