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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뢰렉신 Dec 01. 2016

심플하게 산다

비우는 것은 여백을 남기고 여유를 만드는 것이다.

뭔가 찜찜한 공백을 남겨두면서 하루하루가 지나간다라는 자각하게 된 것은 아마 30대 초반쯤이었던 거 같다.


그때부터 나는


‘삶을 밀도 있고 공백 없이 살아가야 한다.’


라는 강박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해놓고 살아왔다.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지 말고 밀도 있게 살아야 한다라는 강박 과제 때문에 언제나 일상의 바운더리를 작고 치밀하게 설정해놓고 그 안에 높다랗게 나를 세워 나갔다.


하루도 나를 가만히 두지를 않았다.

단기, 장기 목표들을 쉼없이 세워가면서 항상 불안한 뾰 끝에 서있으려 했다. 

그래야 남들보다 앞서가는 기분이들었다.

나를 여유없게 만들고 긴장하게 만들어야

제대로 살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성향은 폐쇄적이지만 '그거만이 단점인 사람이야'라고 인식되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삶의 빈 페이지를 만들지 않으려

애달프게 아등바등 살아와 버렸다.





이제부터 독후감;;;




'비움의 미학'


나는 이 책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 내렸다.


이 책에서는 물건, 집, 시간, 몸, 관계, 마음을 비우라고 기술하고 있다.

비워야지 물욕에 지배당하지 않고,

온전히 내가 중심이 되어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끝없이 반문을 하면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원래, 냉소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뭔가 반대하고 싶은 못됨이 있다..;;;)


'왜 비워야만 하지?'

'왜 버려야만 하지?'

'왜 심플해야만 하지?'


난 사고 싶고, 채우고 싶고, 쟁취하고 싶은데!!

왜 그렇게 다른 사람의 삶을 가이드하려 할까?



책 초반에 일상적 가정의 물품들을 이렇게 버리고 비우라는 깨알 같은 예시(?)를 들어주는데 적잖은 지면을 할애해서 이건 가정 주부들에게 쓰지 않을 물건 사들이지 말고, 집안에 쓸데없는 물건 버리고 정리하라는 주부생활백서인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물건과 집, 시간과 건강, 사람 관계, 마음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가며 동양철학 사상에 근거한 내용들로 창대하게 흘러갔다.

(아이러니하게 글쓴이는 일본에 사는 프랑스 출신의 수필가 :::)


여백은 모자람이 아닌 채울 수 있는 여유



이 책에서의 비운다는 것은


'여백을 남기고 여유를 만든다'


라고 이해하면 된다.

구체적인 것부터 추상적인 것들까지

버리고 비우는 것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삶의 여백과 여유를 두는 것이 곧,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와

인간 삶이 순리를 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고 말해주고 있다.



그 논리에 나 자신을 성찰해보니


나는 왜 그동안 채우려고만 했을까?

꽉꽉 채우는 것이 밀도 있게 살아가는 것이고

버리는 것이 없는 게 허투른 결정이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삶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채워진 걸 비우고,

그 안에 새로운걸 또 채울만한 공백과 여유를

남겨두면서 사는 것이 좀 더 심플하고 행복한 삶에 근접하는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플하게 산다는 것에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 기준의 눈금은 각자의 편차가 있을 것이고,

그 편차 또한 비교가 아닌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 기준이 어떠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삶의 심플과 소소함이 본인 스스로에게 얼마나 만족감을 주고 행복감을 주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나는 그 부분에서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등장하는 미카엘의 두 째 미소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신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지혜'인데


우리는 우리가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며

평생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욕에서부터 성취욕, 명예욕, 식욕, 성욕,

그밖에 욕() 욕(欲) 욕(欲)...



그 수많은 욕구들로부터

우리가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감별하여

줄이고, 비우고 또한 그 여유와 안정감 속에서

꼭 필요하고 부족하다 싶은 것들을

자신이 인정하는 합리적 범위와 형편에맞게

담아내고 비워가는 탄력성을 갖는 것.


그것이 심플 라이프에 근거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플한 삶'이 꼭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어쨌든 이 세상은

자각된 삶에 기초해있다.


생각보다 많은 인간 관계엮여 있고,

생각보다 많은 물리적 역할에도 엮여 있는

나의 세계로 구동되고 있다.


때때로 내 삶이 둔해지고 무거워졌다라 느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내게 엮여있는 관계와 역할의 끈들 돌아본다.

엥? 언제 이렇게 많은 끈들이 내게 붙어 있었지?

분명 필요하고 중요한 끈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와 역할의 끈들도 많이 있음을 알아채버린다.


그때는 기민하게 정리를 해본다.

그렇게 묶여있는 것들을 정리해 보니까,

내 삶이 심플해지고 자유로움을 느꼈다.


물욕을 덜어낼 때와는 다른,

뭔지 모를 상쾌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묵혀있던 뭔가를 털어내는 기분이 좋았다.


워낙에 오지랖이란 게 없는 성향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뭔가에 자꾸 엮이게 되는 것이 귀찮았고,

뭔가에 종속되고 집착하게 되는 것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져서 그랬던 것도 있었다.


결국,

물욕과 인간관계, 그리고 역할로부터

심플함과 소소함을 추구하는 것이

열려있는 행복한 삶에 돌입하게 되는

결정적 단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나를 다시 성찰해본다.


인생이란 긴 여행에서 더 많은 짐 가방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건 아닌지,

내 삶을 채우느라 내 삶에 더 중요한 것들을 잃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채움과 비움의 발란스 속에서 삶의 내면을 채우는 바른 소유를 실천하고 있는지,



그래, 이제 그만

심플하게 살자.

그리고 소소하게 살자  :D



심플한 삶은
모든 것을 즐길 줄 아는 것,
가장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것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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