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만들게 될지는 전혀 몰랐다
게임 회사를 다니게 된 계기는 우연에 우연에 우연이 겹쳐져서 세렌디피티 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대학 4학년 1학기 마칠 무렵 슬슬 취업을 해볼까 하는 마음에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를 찾던 중, 게임 회사 구인광고를 보았고 별생각 없이 지원을 했고 면접을 봤고, 다음날 나오세요 라는 말을 듣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뭐 게임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건 내 또래의 남자들은 누구나 게임을 좋아하는 정도의 수준이었지 게임에 죽고 사는 마니아는 아니었다.
내 인생의 첫 번째 회사인 ARA라는 회사는 액토즈 대표가 퇴사 후, 다시 차린 회사였고 종로구의 부암동이란 부촌(?)에 생뚱맞은 건물에 위치한 회사였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추억이 너무 많아 가끔씩 찾아가곤 한다. 뭔가 내 직장생활의 시작이 된 그곳이 성지 같은 기분이 들어서인 거 같다.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런 주변 환경에 게임 회사가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언발란스한 지역이긴 했다. 지금처럼 판교나 강남 같은 IT기업이 위치한 환경과 너무나 다른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어찌어찌 입사한 게임 회사에서 게임 관련 디자인은 처음이었지만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나는 빠르게 적응했고 게임 캐릭터 디자인팀장으로 불과 6개월 만에 승진하였다. 사실 그 당시 팀장으로 발탁이 된 것은 내가 일을 뛰어나게 잘했다라기 보다는 조직에서 내가 좀 웃기는 사람이었고 누구와 쉽게 친해지는 사교성이 뛰어난 성격이라 직책을 맡게 되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내 나이 28살이었고 대학4학년 졸업반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어린 나이에 팀장을 맡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나의 조직 리더 생활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졌다. 어찌 보면 팀원 생활을 몇 개월 거치지 않고 바로 조직장 테크트리를 탄 셈이었는데, 그것은 결국 지금까지 나의 직장생활에 독이자 득이 되는 양날의 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첫 게임 회사에서 당시 그래픽적으로 국내 게임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프로젝트에 참가한 경력이 많이 도움이 되었는데, 같이 일한 동료들의 실력이 워낙 좋아서 나도 많이 배웠고 성장했고 결국 ooo이란 큰 게임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 첫 게임 회사에서 만들었던 몇몇 게임들은 보기 좋게 망했고 3년 동안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다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도 경영진의 위치에 올라와보니 드는 생각은 당시의 경영진들의 방만한 운영의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모든 회사들이 그렇겠지만 망하거나 잘 안 되는 회사는 그냥 대표 이하 경영진들의 문제이다. 결코 직원들의 책임이나 문제는 사실 하나도 없다. 직원들은 열심히 노만 저었을 뿐이다. 방향 지시를 잘못 잡아 배가 산으로 가거나 좌초한 탓이 왜 선장이 아니라 선원들 탓이랴.
어쨌든 나는 첫회사에서는 망했지만, 그를 기반으로 당시에 누구나 동경했던 역삼동 스타타워에 있는 게임 회사에 제대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게임이란 콘텐츠는 당시 시대적 상황에 승승장구하는 라이징 한 산업이었고 나 역시 그 시류를 잘 타게 되어, 결혼 후에도 카드값을 내지 못해 부모님께 손벌리던 시절을 드디어 졸업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