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블루베리 파이를 구웠다.
정말 희한했다.
분명, 주드 로, 노라 존스,
나탈리 포트만이 나오는 서구권 영화인데,
보는 내내,
이건 잔잔한 일본 영화 또는
중경삼림 같은 홍콩 영화 정서인데?
서구 영화도 이런 절제, 은유, 회귀 같은 연출을 할 줄 아네??
라고 판단했으나,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완전 벙쳤다. ;;;;
감독 - 왕가위 ......
그렇다.
'중경삼림'의 왕 감독이 찍은 영화였다. ;;;
영화 감상을 마치고,
네티즌들의 평을 쭈욱 훑어봤다.
가혹한 혹평들이 대다수였다.
근데 어쩌나,
나는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
영화란 그런 거 같다.
(특히 멜로 영화)
자신이 살아온 환경 또는 정서적 환경,
그 기반 위에 쌓아 올려진 경험들, 이야기들,
그런 것들이 나만의 이야기로 감춰놓았다 믿었던 것들이,
영화의 재현을 통해 드러나게 되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또는 이어진 감성을 되짚어 올라가며
나의 스토리와 영화의 이야기 또는 장면들의
공통점들에 대한 주관적 점 잇기를 해본다.
그러면서 뭔가 뭉클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준,
재현해준 감독이나 배우들을 기특해한다.
그러면 결국 해당 영화에 애착과 추억을 갖게 되고,
좋은 영화, 괜찮은 영화라 평을 하고 만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란 영화가 딱 나에게 그랬다.
나와 영화 간의 점 잇기를 너무나 잘해내 주었다.
노라 존스는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았고,
나탈리 포트만은 현재의 나,
그리고 주드 로는 내가 지향하는 미래의 내 모습과
점 잇기가 되었다.
(내 딴에는)
너무나 완벽한 점 잇기를 성공한 나는,
이 영화를 보고 행복해했고,
치밀어 오르는 가슴속 깊은 내 이야기들을
아름답게 표현해주어 만족해할 수밖에 없었다.
자,
조만간 블루베리 파이를 구워볼 생각이다.
영화는 내게 요리 영감까지 주었다.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영화다. ^^
그래서
그 영감을 이어받아
정말 '블루베리 파이'를 구워냈다.
맛은 상상에 맡기시라!!
(내가 모든 요리를 잘할꺼라는 편견은 버리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