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마지막 출근)

by 일상리셋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마지막 출근)


지난주 금요일, 공식적으로 회사 출근은 마지막이었다.

법인카드를 반납하고, 노트북과 서랍을 정리하고,

책상 위에 놓인 내 흔적들을 하나씩 지우고 나서야

비로소 마지막이라는 게 느껴졌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악수하고,

"밥 한 끼 하자"는 인사를 나누면서도

한편으론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전날까지 재택근무와 외근으로 평소처럼 일했기에,

아침에 익숙한 사무실로 들어설 때도

이 문을 다시는 통과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 이상하게 낯설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 운전하며 창밖을 보다가

우연히 새 아파트 공사 현장을 지나쳤다.

높게 뻗은 크레인, 분주히 움직이는 인부들,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새 건물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 삶도 지금 저 공사 현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터를 걷어내고, 기반을 다지고,

설계를 다시 짜며 완전히 새롭게 짓는 일.

지금 내 삶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도,

어쩌면 그와 다르지 않았다.


떠날 때는 늘 마음이 복잡하다.

겉으로는 담담한 척 정리하지만,

속마음은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다.

아쉬움과 서운함, 미련과

기대가 뒤섞여 마음 구석구석을 건드린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조금만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고개를 들다가도,

문득 또 이런 마음이 따라온다.


“아니야. 너 정말 할 만큼 했어.”


“이제는 좀 놓아도 돼.”


“그동안 참 잘 지냈다.”


솔직히 말하면, 회사를 다니는 동안

여러 번 퇴사를 고민했었다.

버겁다고 느낀 날도 있었고,

더 좋은 기회를 향한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마지막 날을 보내고 나니,

그 모든 순간들이 고맙기만 하다.

힘들었던 날도, 갈등했던 순간도, 돌아보면 결국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들이 쌓여 하나의 토대가 되었고,

이제 그 위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지

천천히 그려보려 한다.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이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다.

더 이상 나에게 맞지 않는 구조,

오래되어 불편했던 틀을 정리하고

새로운 설계로 다시 내 삶을 세워가는 일.

물리적인 ‘집’은 아니지만,

삶의 리듬과 방향, 가치관을 새롭게 짜는 이 과정은

분명 ‘집을 다시 짓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회사라는 공간은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경험도, 사람도, 기회도, 때로는 쓰라린 좌절까지도.

그 안에서 나는 웃고, 울고, 수없이 흔들리면서도

결국 한층 더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헌 집을 내어놓을 시간이다.

그곳에서 충분히 배우고, 잘 지냈기에

이제는 내게 좀 더 맞는 구조 안에서,

조금 더 건강하게,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본질에 가까운 삶으로

내가 머물 집을 다시 짓는 중이다.


지금의 이 이별이

더 나은 나를 위한 시작이었음을,

언젠가 새롭게 지어진 삶 속에서

조용히 웃으며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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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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