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처음이라 더 재미있었던 나의 2025년 회고

by 일상리셋

모든 게 처음이라 더 재미있었던 나의 2025년 회고

2025년은 나에게 '처음'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이 찾아온 한 해였다. 돌이켜보면 마치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것처럼 숨 가쁜 변화의 연속이었지만, 나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나 자신을 마주하고 있다. 안락함이라는 껍질을 깨고 나온 자리에는 불안 대신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닥쳐온 변화는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이었다. 몇 년간 몸담았던, 그리고 당연히 내일도 출근할 줄 알았던 익숙한 직장을 떠나게 된 순간, 공기조차 다르게 느껴졌다. 조직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사라졌을 때 밀려드는 그 서늘함은 처음 겪어보는 생경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 서늘함은 이내 새로운 결단으로 이어졌다. 익숙한 서울의 풍경을 뒤로하고, 아내의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우리 가족은 생각지도 못했던 싱가포르라는 낯선 나라로의 이주를 결정하게 되었다.

이주를 준비하며 우리는 삶의 부피를 줄이는 법을 배웠다. 아내의 회사와 아이의 어린이집이 가까운 곳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하며, 4년 전 큰 용기를 내어 마련했던 '내 집'이라는 안락한 보금자리를 떠났다. 월세라는 새로운 주거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은 소유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삶의 터전이 바뀌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루틴도, 창밖으로 보이던 익숙한 풍경도 모든 것이 낯선 일상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이 변화가 나를 깎아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겉으로만 본다면 나의 2025년은 안정에서 한참 멀어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퇴사를 걱정하고, 누군가는 월세로 가는 상황을 안타까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낯선 변화들이 오히려 반갑고 고맙다. 집의 크기가 바뀌고 소속이 달라지는 과정들을 겪으며, 나는 내가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단단한 뿌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은 회사 타이틀이 없어도 여전히 나로서 존재하며, 어떤 낯선 땅에서도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해였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툴고 막막할 법도 한데, 희한하게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인생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 보니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 많았다. 내가 가보지 못한 길들이 얼마나 넓고 다채로운지, 그리고 그동안 내가 가두어 두었던 세상이 얼마나 좁았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안갯속에 가려져 있던 길을 한 걸음씩 내디디며 나만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커다란 성장이었다.

그래서 다가올 2026년이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큰 변화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시작, 낯선 나라에서의 본격적인 생활, 그리고 어느덧 훌쩍 커버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까지. 우리 가족의 해외 생활이라는 커다란 도화지 위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분명 예측하지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할 것이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혀 당황하며 숨이 찰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변화는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찾아오는 시련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준비된 선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앞으로 마주할 모든 변화를 '기대함'이라는 이름으로 맞이하려 한다. 조급함이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더 많이 감사하며, 사소한 일상 속에서 감사의 제목들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낼 것이다. 매 순간 기뻐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이며, 그 길을 걷는 동안 간절히 기도하며 나아갈 것이다. 어떤 거친 파도가 오더라도 그 파도를 타고 즐기는 서퍼처럼,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의 파도를 기꺼이 즐길 준비가 되었다.

2025년, 나를 흔들어 깨워주고 좁은 울타리 너머를 보게 해 준 수많은 변화와 경험들에 진심으로 고맙다. 덕분에 더 넓은 세상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2026년, 네가 가져올 새로운 반전과 설렘들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 나는 이미 기분 좋은 첫걸음을 내디딜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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