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있는 곳이 천국이구나

by 일상리셋

지금 있는 곳이 천국이구나

설날을 맞아 엄마네 집으로 왔다. 사실 이번 설은 가족들과 집에서 조용히 쉬기로 계획했었다. 지난주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직후이기도 했고, 지난 화요일엔 아들의 치과 수술이, 다가오는 월요일엔 아내의 눈 수술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장모님께도 미리 양해를 구하고 모처럼 집에서 쉬어볼 참이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아내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내일 진천 부모님 댁에 다녀오는 게 어때?"

차가 막혀 고생하진 않을까, 수술을 마친 아들과 수술을 앞둔 아내의 컨디션이 괜찮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아내와 아들은 오히려 괜찮다며 꼭 가고 싶다고 나를 다독여주었다. 그 예쁜 마음 덕분에 오늘 아침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섰다.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엄마네 집. 옆 동네 사는 누나네도 소식을 듣고 모였다. 사실 이제 19개월 된 쌍둥이 조카들이 눈에 아른거려 보고 싶었던 마음도 컸던 터라, 온 가족이 모인 집안은 금세 북적북적해졌다. 다 같이 둘러앉아 내가 끓여준 떡만두국을 먹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여기가 천국이구나.’

한 입 먹을 때마다 맛있다며 환하게 웃는 엄마와 아빠, 우리가 사 온 딸기와 블루베리를 집어 들고 오물오물 좋아하는 쌍둥이 조카들, 그리고 동갑내기 사촌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노는 아들까지. 거창한 무언가가 없어도 그저 이 풍경 속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 내 마음은 이미 무언가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우리는 흔히 돈이 아주 많거나, 상황이 완벽하거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단한 것을 가져야 행복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오늘 내가 마주한 천국은 달랐다. 사랑하는 가족, 따뜻한 밥 한 끼, 식후에 나누는 커피 한 잔. 그 소소한 것들만 있어도 우리는 지금 여기서 천국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천국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께 참 감사하다. 이런 소중한 쉼과 가족, 건강과 먹을 양식,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풍성한 마음을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도 멀리서 행복을 찾기보다, 지금 머무는 그곳에서 각자의 천국을 발견하시길.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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