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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리셋 Sep 12. 2024

내가 힘들면 남도 힘들다

며칠 전 수영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레인 가장자리로 나와 잠시 쉬고 있었다. 수영장 가장자리로 몸을 붙인 채 숨을 고르며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지쳐 보였고, 다들 배영이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들 이렇게 애쓰며 하고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나를 조금 편안하게 만들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자주 한다. 요즘 업계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주변 동료들도 서로 묻고 묻는다. “너는 어때? 힘들지 않니?” 마치 내 입에서 "힘들다"라는 말을 듣기라도 기다리는 듯한 눈빛들. 어쩌면 그들도 나처럼 힘듦을 공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위로를 얻으려는 걸지도 모른다. 사실, 그 질문을 받으면 나도 잠시 멈춰 생각하게 된다. 나도 힘든가...? 그렇다. 하지만 그들의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나도 그들의 표정을 살펴보게 된다. 그들도 나처럼 힘들어 보인다. 표정에 드러나는 피로감, 한숨, 그리고 어깨가 처져 있는 모습에서 나만이 아니라 그들 역시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편안하기만 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흔히 재벌이나 연예인처럼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그들 역시 각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를 뿐, 속에 숨겨진 고충과 고민은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옆에 있는 친구나 가족, 직장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마음속에는 누구나 저마다의 짐을 안고 살아가는 법이다.

심지어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목사님이나 스님과 같은 분들이라고 해서, 그들의 삶이 쉬울까? 아닐 것이다. 90세가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조차도 그들만의 고단한 인생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이다. 누구도 쉬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며,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존재들이다.


어쩌면 이것이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공평함일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아무리 멋지고 화려해 보이는 삶도, 그 속에는 누구나 각자의 고민과 시련을 안고 있다. 만약 누군가의 삶이 행복해 보이기만 한다면, 어쩌면 그 사람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전성기를 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나 비슷한 무게를 짊어지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집에 누워만 있으면 편하고 행복할 것 같나? 하지만 막상 그렇게 지내다 보면 오히려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면 마음은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처음엔 잠시 휴식이 주는 편안함이 좋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목적이나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아 공허함이 커진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건 순간적일 뿐, 오히려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남을 것이다.


또한, 하고 싶은 것만 하며 모든 선택이 내 마음대로 이루어진다면 더 이상 도전이나 성취를 통해 얻는 만족감이 사라질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도전과 성취에서 큰 의미와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원하는 것만 추구하는 삶은 결국 공허해진다. 그래서 인생은 어떤 방식으로 살더라도 쉬운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때로는 내가 혼자만 힘들다고 느낄 수 있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각자 나름대로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인생이 겉으로 보기엔 평탄해 보일지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자신의 고난과 씨름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만큼,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도 인정하고 위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볼 수 있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일상 속에서 서로의 고충을 무심코 넘기곤 한다. 하지만 오늘 내가 겪은 어려움이 상대방의 어제일 수도 있고, 내가 내일 겪을 고난이 바로 지금 옆 사람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더 따뜻한 시선으로 다른 이들의 고통을 바라볼 수 있다.


내가 혼자 겪는 고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모두가 겪는 고통이라는 걸 알게 될 때가 있다. 그때 비로소 서로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게 우리다. 그 손을 잡고 함께할 때, 삶의 무게는 조금씩 가벼워진다. 진심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그 어려움을 인정할 때,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삶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 무게를 함께 나누고 위로할 때, 그 무게는 더는 짐이 아닌, 서로를 이어주는 소중한 연결고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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